갑자기 꿈에서 깨어난 이유

김명기 | 2019.04.10 23:09

갑자기 꿈에서 깨어났다, 방금. 꿈 속에서 지방회의 아무개 목사가 나를 뒷담화하고 다닌다는 것을 다른 모 목사가 염려하면서 전해 주었다. 꿈 속에서도 나는 아무개 목사가 나를 뒷담화하고 다니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가박 학위를 가지고 지방신학교 교수가 되었고 나는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그의 가박문제를 제기했고 그는 망신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꿈에서 깨어나 내가 왜 이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았다. 어제 TV에서 시청한 청문회 때문이라고 유추해본다.

 

어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가 있었다. '35억 주식투자' 쟁점이 부상되었다. 이 후보자 부부는 전체 재산 426천여만원 가운데 83%354887만원 상당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어 논란이 일었다. 모 야당 의원은 "현직 법관이 이렇게 많은 주식거래를 한 걸 보면 판사는 부업이고 재판은 뒷전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더 큰 비판은 여당 의원들에서 나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식에 투자하여 이익을 얻는 것은 전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공무원으로서 게다가 법관으로서 막중한 공무 중에 주식투자를 하여 일반 상식으로 보기에 과다한 이익을 얻었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선 후보자는 남편이 했다고 변병했지만 그녀의 남편도 지금은 변호사이지만 전에는 법관이었다. 궁색한 변명이다.

 

수 년 전, 우리 교단의 이모 목사의 따님은 법관으로 있을 때 젊은 나이에 과로사를 했다. 판결문이 흠잡을 것 없이 완벽했던 그녀는 법관으로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목사의 딸로서 14역을 너무나 완벽하게 소화하다가 과로사 한 것이다. 애석한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법관들의 업무량은 거의 살인적인 업무량으로 유명하다. 양심적인 판사들의 하소연은 밀려드는 업무량 때문에 소장을 제대로 다 소화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선 후보자는 그런 업무량 속에서도 주식거래에 에너지를 쏟았다는 것이다. 과히 울트라슈퍼우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박지원 의원이 이렇게 말했다. “후보자가 제출한 주식거래표를 보면 신한금융투자에서 약 540, 미래에셋 680회 등 1200회가 넘고, 후보자의 배우자는 4090회가 넘습니다. 후보자께서는 뭐하러 헌법재판관 하려고 합니까? 이렇게 투자를 잘하면 공무원을 부업으로 하지 말고 남편과 함께 투자에 올인하여 워런버핏처럼 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금태섭 의원은 "저도 검사를 했지만 공무원은 주식을 해선 안 된다고 배웠다""헌법재판관이 고도의 윤리성 갖춰야 한다는 것을 볼 때 판·검사는 주식을 하며 안된다"고 말했다. 금태섭 의원의 말을 듣다가 나의 절친 조변호사를 떠올렸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 되어 친구가 된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다. 연수원을 수석 졸업한 그가 서울중앙지검으로 첫발령을 받아 세칭 잘 나가다가 갑자기 그만 두고 변호사로 법무법인을 만든 것은 뜻밖이었다. 그러나 그 이유는 간단했다. 얘들은 커가는데 공무원 월급 가지고 살기가 힘들더라는 것이었다. 조변호사는 늘 성경을 읽는다. 우리말 성경, 영어 성경, 중국어 성경, 일본어 성경을 일독씩 했고 지금은 불어 성경을 본다고 했다. 매우 종교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는 친구이다. 그래서 그는 한 번도 스폰서를 두지 않았다. 그렇다고 평범한 가정인 처가댁의 도움도 없었다. 매형이 유능한 펀드매니저로서 많은 부를 축적했지만 스트레스 때문인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생을 달리해서 주식투자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나는 이 친구의 삶의 태도를 존경한다.

 

60을 몇 달 앞 둔 나이가 되니 이제야 인생이 좀 보이는 것 같다. 세상살이는 자연스럽고 상식적으로 사는 것이 맞다. 한 달란트를 맡은 자는 열심히 했더라도 한 달란트를 상으로 받는 것이 맞고 다섯 달란트를 맡은 자는 다섯 달란트를 상으로 받는 것이 맞다. 한 달란트 맡은 자가 왜 나는 열심히 했는데 저 친구처럼 다섯 달란트를 상으로 주지 않느냐고 불만을 갖는다면 이는 자연스럽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은 것이다. 심는 대로 거두는 것이 하나님의 원리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목사로서 과다하게 평가되거나 대접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를 나 스스로 위험하게 본다. 나를 과다하게 평가하거나 대접하려는 사람들은 오히려 경계하며 나의 좌표를 들여다보고 그 좌표로 되돌아 간다. 그것이 자연스럽고 상식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제는 동기인 허천회 목사가 토론토 대학에서 박사학위논문으로 제출한 기독교 기원과 미래에 대한 연구, 예수 운동은 청년 메시아 운동이었다’(Jesus’ Movement was a young people’s messianic movement beyond jewish society : A quest on the origin of christianity as a hope for the future)라는 긴 제목의 책을 읽었다. 초기 기독교에 대한 독보적이고 탁월한 관점이 돋보였다. 한 사람이 꾸준히 한 길을 가기는 어렵다.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한 길을 간 것은 그가 어떤 인간적인 약점이 있더라도 그것을 다 상쇄할 만 한 충분 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40여년간 꾸준히 한 길을 간 친구를 존경스럽게 대한다.

 

가박의 문제는 바로 그런 것이다. 공부가 한이 되어 다소 정상적이지 못한 방법이지만 박사학위 하나 받은 것이 그렇게 비난 받을 일이냐고 그들은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따지고 보면 다소 비정상적인 방법도 아니지 않냐고 사족을 단다. 어제 뉴스에 예천군 의회 의원 두명이 법원에 의회 의원 제명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한다. 미국에 연수(?) 가서 술 한 잔 먹으로 간 것이 그렇게 큰 죄냐 하는 것이 그들의 항변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그들은 가이드에게 접대부 있는 술집, 나체쑈 하는 술집을 요구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가이드를 폭행한 것이 팩트이다. 가박 받은 사람들의 사족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들은 단순히 비정상적으로 받은 학위를 장롱 속에 감추어두고 가문의 영광으로만 삼은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력서에 기재하여 지방신학교의 교수로 진출했고 또는 총회장이 되고자 이력서에 박사학위를 기재했고 더 좋은 목회자리를 위해서 목사 청빙공고에도 이력서에 박사학위를 기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아직도 외국에 소재한 대학에 한국어로 된 논문을 제출해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사실이 비정상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참고로, 안타깝지만,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글은 국제공용어가 아니다.


이제 교단 선거철이 다가왔다. 나는 현재의 선관위가 선거관리를 하는 것에 문제가 많다고 본다. 선관위운영규정 조차도 이해를 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읽혀진다. 제112년차 선거공보를 들여다보면 속칭 '노인대학' 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는 '평신도대학원' 수료를 학력란에 기재를 해도 그대로 실어준 것 등이다. 선거공보에 싣는 학력은 대한민국 교육법과 관계법령을 근거로 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나는 작년에 '가박' 문제를 걸어서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올 해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또 할 것이다.

 

김명기

땅끝칼럼(2019.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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