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이야기

오형칠 | 2024.04.12 03:36

택시 이야기

 

우리는 가끔 택시를 이용한다. 나도 한 달에 한 번은 택시를 탄다. 요즘 이주민 여성과 외국인 근로자도 운전하는 사람도 적잖다. 김해는 중도시이지만, 택시가 많다. 인구 53만 명에 택시는 약 1,500대다.

우리 약국 앞 거리와 전통시장은 90%가 외국인을 상대로 영업한다. 어느 도시나 지역이든 택시 잡기는 쉽지 않다. 우리 약국 앞은 그렇지 않다. 사거리에서 조금만 기다리면 택시가 온다. 약국 앞 사거리는 교통사고와 사건이 많다. 경찰이 가끔 녹화된 영상을 보여달라고 한다. 동쪽은 전통시장, 서쪽은 구제가게와 수로왕릉, 남쪽은 부산 방향, 북쪽은 진영과 창원 방향으로 가는 길이다. 네 모퉁이 중 세 곳은 택시들이 항상 주차한다.

공장이 많은 외곽 지역으로 가는 외국인 손님을 태우기 위해서다. 안경원 앞은 1번 자리, 약국 앞은 2번 자리, 휴대전화 가게 앞은 3번 자리다. 4번 자리는 주차 금지 말뚝을 꽂아놓았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규율이 있다. 1번 자리 택시가 손님을 태우면 2번 자리 택시가 1번 자리로, 3번 자리 택시 2번 자리로 오고, 3번 자리는 또 다른 택시가 온다.

약속이나 한 듯 빙글빙글 돈다.

나는 약국 앞 주차를 묵시적으로 허락했다.

왜냐하면 그들 고달픈 삶을 보기 때문이다.

자기 가게 앞에 일부러 차를 대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약국 앞에 차를 대면 더운 열기와 매연이 실내로 스며들고 약을 구매하러 오는 사람은 차를 못 댄다. 약국 앞과 반대편에 차를 대면 왕릉으로 가는 차가 진입하기가 어렵다.

좋은 점도 있다. 택시 기사들이 나를 고맙게 생각한다. 기사 단골이 많아 영업에 도움이 된다.

이변이 생겼다. 며칠 전이다. 평소 약국 사거리에 CCTV를 달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S가 왔다.

"왜 약국 앞에 택시를 대지 않는 줄 알아요?"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왜 차 안 댑니까?"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물었다. 그 말을 듣고 창밖을 보니 코너에 택시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 정말 택시가 없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기가 직접 목격하지 않고, 피자 가게 주인에게 들었다고 한다.

S 이야기를 듣고 웃음이 나왔다.

"택시 기사들이 서로 자기 회사에 고발했대요."

경위는 아래와 같다.

제일 좋은 자리는 1번 자리, 둘째는 2번 자리, 셋째는 3번 자리다.

대체로 1번 자리가 손님이 제일 많고, 그다음은 2번 째, 3번째다.

문제가 생겼다. 어느 날이다. 3번째 자리에 있던 택시가 1번째 타야 할 손님을 태워버렸다.

1번 자리 기사와 3번 자리 기사와 싸움이 붙었다.

3번 자리에 있던 기사는 손님이 1번째 자리 택시를 타든, 3번째 자리 택시를 타든, 손님 마음대로 하는데 왜 문제로 삼느냐고 따졌다.

목소리는 점점 높아져 감정을 절제할 수 없었다.

결국, 문제늘 해결하지 못해 자기 소속 회사 양 심판관이 파견되었다. 자초지종 사정을 다 들은 심판관들은 결론을 내렸다.

"모든 택시는 이곳에 절대 주차할 수 없다."

이렇게 하여 문제는 해결되었다.

오늘도 창문 밖을 내다본다.

세 코너에는 텅 비었다.

매일 보던 택시들이 보이지 않는다. 허전하다.

그런데 놀라운 말을 들었다. 410일 총선 투표일이다. 오후였다.

평소 약국 앞에 차를 대던 기사가 약을 사러 왔다.

"왜 여기에 차를 대지 않아요?"

그분 이야기는 이렇다.

하루에 200건씩 불법 주차를 촬영하는 카파라치가 있는데, 이분이 여기에 불법 주차하는 택시를 촬영하여 시청에 신고했다고 한다.

차 번호를 정확하게 찍기 위해 안경원 안에 들어가 촬영했다. 왜 전문적인 카파라치는 몇 년 동안 여기에 불법 주차했는데 신고하지 않았을까?

S가 말한 이야기보다 택시 기사 한 말이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데, 누구 말이 옳은지 모르겠다.

아무튼 누구 말이 옳은지 모르겠다. 원인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결국 택시는 약국 앞에 주차하지 않는다. 여기에 삶의 터전을 잡고 매일 주차하던 많은 택시들은 어디를 방황(?)하고 있을까. 은근히 걱정스럽다.

2024.4.10.

God bles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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