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12만 원이

오형칠 | 2024.03.02 01:19

통장에 12만 원이

 

2월이 가고 3월이 왔다. 오후 7시지만 밖은 어둠에 잠겼다. 낮이 쥐꼬리만큼 길어졌다.

오늘은 신용카드를 이야기해 볼까 한다. 한국인들은 90% 이상 신용카드를 쓴다. 우리보다 먼저 선진국이 된 일본은 아직 아날로그 세상이다.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 문화 때문이다.

한국은 어르신들도 거의 신용카드를 쓴다. 약국에서 근무하니까 잘 안다. 5~6년 전만 해도 택시는 현금 결제했다. 지금은 99% 신용카드를 쓴다는 말을 택시 기사에게 들었다. 심지어 외국인 반 정도가 신용카드를 쓴다. 약국도 마찬가지로 90% 이상 신용카드를 쓴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수시로 통장을 확인한다.

오늘도 카카오뱅크를 열었다. 이상한 돈, 12만 원이 들어왔다.

", 이거 내 돈 아닌데."

그때 한 외국인 여자가 생각났다.

그날 오후에 외국인 여자가 약값 12천 원을 계좌이체를 한 적이 있다.

요즘은 카페나 식당에 가면 WiFi 비번을 알린다우리 약국에도 계좌번호를 거울에 써놓았다.

그 여자가 이 계좌를 보고 12천 원을 이체한 후 확인하라며 핸드폰 화면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누구나 실수한다. 인지상정이다. 나도 작년에 단말기에 115천을 0 하나를 더 붙여 입력한 적도 있고, 48천 원을 48만 원을 찍은 적이 있다. 후에 알고 깊이 사과했다. 그 후 실수하지 않으려고 단말기 버튼에 000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내 마음과 달리 외국인 여자는 오후 늦게까지 12만 원을 입금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분 얼굴은 기억할 수 있지만, 그분 정보는 모른다. 답답했다. 그 여자가 먼저 알고 연락하기를 바랐다. 혹시 연락할는지 모른다 싶어 전화벨에 신경이 쓰였다. 그 사이 몇 번이나 카카오뱅크로 입금된 12만 원을 확인해보았다. 얼굴이 긴 여자 얼굴을 재차 확인하려고 CCTV를 돌려보았다. 이상했다. 221425분에 입금한 여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분명히 여자가 이체한 날짜와 시각이 맞다. 어제오늘 12만 원어치나 약을 판매한 적은 없다.

우리에게 12만 원은 큰돈이 아니지만, 그 외국인은 타국에서 번 피와 같은 돈이다. 가족을 고국에 남겨놓고 여기서 실수로 돈을 날린다고 생각하니 그 여자보다 내 마음이 더 저렸다.

"꼭 찾아줘야지."

다음 날, 거래 K 은행 N에게 내 사정을 이야기하고, 주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자기는 정보가 없어 찾을 수 없다고 하면서 출금한 은행에 물어보라고 했다. 보낸 은행은 S 은행이었다.

즉시 S 은행으로 전화했다. 사정을 이야기한 후 K를 꼭 찾아 돈을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담당자는 입금된 날짜, 장소, 금액, 본인 전화번호와 이름을 알려달라고 했다.

10분이 지났을까.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는 순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말이 날아들었다.

"12만 원이 맞대요."

"아닌데요."

S 은행 직원은 당사자와 직접 통화했다고 하면서 입금한 돈 12만 원은 바르다고 하더란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그 말을 듣고 어안이벙벙했다.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가버렸다. 분명히 외국인 여자는 감기약 2인분 12천이 맞는데 12만 원이 바르다고 하니 할 말이 없었다.

그때였다. 영양제 두 통 값이라는 말이 귀에 꽂혔다. 그 순간, 한 장면이 떠올랐다. 하루 전이다. B가 퇴근할 시간이 가까웠다. 진열장에 뭔가 챙겼다. 종합비타민 두 통이었다. 몇 달 전에도 가져간 적이 있다.

B 남편 동료에게 갖다 줄 영양제 두 통이다. 외상이다. 여기에서 내가 직접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 맞아 그 약값이 12만 원이야."

순전 내 착각이었다. 12천을 입금한 날짜는 21일이고, 12만 원을 보낸 날짜는 22일이다.

이 두 날짜를 같은 날로 착각한 한낱 촌극이었다.

22일 오후 225분 녹화 영상에서 외국인 여자를 확인할 수 없었던 사실은 그 때문이었다. 외국인 여자 영상은 21일 오후 618분에 확인할 수 있었다.

12천 원도 맞고, 12만 원도 맞다.

아무리 착각은 자유라고 하지만 내가 너무 했나 싶다.

2024.3.

God bless you!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독자의견
rss
호수가풍경
두 어르신
날짜 : 2024.04.26 05:30 / 댓글 : 0  
    
옛날 생각이 갑자기
날짜 : 2024.04.19 01:06 / 댓글 : 0  
    
택시 이야기
날짜 : 2024.04.12 03:36 / 댓글 : 0  
    
지금 보이스 피싱이
날짜 : 2024.03.30 02:15 / 댓글 : 0  
    
얼굴 점 빼기
날짜 : 2024.03.22 01:44 / 댓글 : 0  
    
접촉 사고
날짜 : 2024.03.15 01:02 / 댓글 : 0  
    
통장에 12만 원이
날짜 : 2024.03.02 01:19 / 댓글 : 0  
    
핸드폰 번호
날짜 : 2024.02.09 01:56 / 댓글 : 0  
    
아직도 후진국
날짜 : 2024.02.02 01:47 / 댓글 : 0  
    
동량꾼 이야기
날짜 : 2024.01.26 01:07 / 댓글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