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사람이

오형칠 | 2024.01.04 01:35

저기 사람이 

지금은 장마철인데 비는 오지 않는다. 비는 어디로 갔을까. 연일 불볕더위가 계속된다. 요즘 나는 한국을 자랑하는 유튜버에게 빠졌다.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유튜버도 그런 사람이 많다. 그런 영상을 한 번 보면 계속 올라온다. 
우리가 예사로 여기는 일이 외국인은 신기하게 본다. 버스 전용차선, 혼자 학교 가는 어린이, 30이라는 숫자가 쓰인 가방 멘 어린이, 도심 근방에 있는 등산로, 가을 단풍, 봄에 핀 벚꽃 단지, 시티투어 버스, 무료 화장실과 무료 와이파이, 빗금에 주차하는 자동차 등등이다. 우리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그들은 일상적인 일이 아니다. 
몇 년 전 베트남에 여행한 적이 있다. 낯선 풍경, 장애인용 휠체어가 지나갔다. 한국에서 흔히 보는 휠체어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옛날 한국 휠체어는 양손으로 움직이는데 이곳 휠체어는 두 다리를 움직여 이동했다. 그곳은 전동스쿠터나 전동휠체어가 없었다. 10년 전, 우리 역시 전동휠체어는 별로 없었다.
그저께 한국을 자랑할 만한 놀라운 광경을 보고 외국인이 나에게 한 말이다.
점심때, 옆집 G가 나를 불렀다. 
“저기 보세요.”
그가 가리키는 길 건너편 전화 부스 옆을 보니 어떤 여자가 쓰러져있었다. 금방 그랬는지 보는 사람은 없고, 단지 노인 한 사람과 청년 한 사람이 119에 신고하느라고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와 G는 초조한 마음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시간을 다투는데 왜 119가 빨리 오지 않지?”
보통 사람이 갑자기 쓰러지면 사람들이 웅성거리는데, 그렇지 않았다. 10분이 지나도록 구급차가 오지 않았다. 우리는 답답한 마음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저기 신발을 벗어놓았네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의문이 생겼다. 만일 갑자기 쓰러진다면 신발을 신은 채 쓰러진다. 노인과 젊은이 행동도 석연하지 않았다. 전화를 건 후 서둘거나, 당황하지도 않고 안경원 앞에 서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멀리서 희미하게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아, 이제 119가 오는구나.”
북쪽에서 구급차 두 대가 왔다. 구급요원들이 환자를 이송할 생각은 하지 않고, 혈압을 재는 등 서둘지 않고, 미적미적했다. 
“1분, 1초가 급한데 왜 저러지, 빨리 데려가야지.”
다시 경찰차 두 대가 와서 교통정리를 시작했다. 구급차 때문에 한쪽 차선은 완전히 막히고 안경원 앞에 택시 때문에 구급차가 부스 바로 앞에 차를 댈 수 없었다. 
“저 차를 빼주어야지.”
옆 사람이 말했다. 도로는 주차장이 되었다. 한 생명을 위해 자동차 넉 대가 동원되었다. 조금 후에 구급차에 환자를 태우고 사이렌도 울리지 않고 아래로 사라졌다. 뇌출혈로 쓰러진 사람을 이송하는 구급차처럼 보이지 않았다. 여자는 청바지 차림, 50대 중반으로 보였다.
이상한 점을 보았다. 구급차 한 대가 가지 않았다. 구급요원들이 아까 노인과 청년과 대화를 나누다가 사라졌다. 경찰차도 가버렸다. 이제 거리는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내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베트남 여자가 나에게 말했다.
“베트남은 저러지 않아요.“ 
”왜?“
베트남은 술 취한 사람을 위해 구급차가 출동하지 않는단다. 
”저 사람 술 먹고 쓰러졌대요.“
”아, 저런.“
그 말을 듣고 나니, 비로소 의문점들이 풀렸다. 신발을 벗어놓았다는 말은 몽롱한 상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구급요원들이 술 냄새를 맡았거나, 두 사람에게 쓰러진 경위를 듣고 위급한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서둘지 않았다. 애초 환자(?)와 노인과 청년은 가족 관계인지도 모른다. 
중년 여자가 대낮에 술 먹고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을 위해 구급차 두 대, 경찰차 두 대가 동원되는 우리나라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몇 분, 몇 초를 다투는 구급차가 술 취한 사람을 위해 사이렌을 울리며 도로를 질주하지 않는다.
왜 서양인들이 한국을 왜 그렇게 칭찬하는지 알 만하다. 
유럽 국가들은 국제면허증 하나로 여권 없이 마음대로 인근 국가를 통과한다고 한다. 그중에 한국 국제운전면허증도 포함한다고 하니 얼마나 좋은가.
유사 이래 지금처럼 국민소득 35,353달러 세대에 살아 본 적이 없는 대한민국이여, 영원하여라.
God bless you!
202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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