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丁三順 일벌리다.4

정삼열 | 2024.04.29 08:36
하루 24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지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누구에게는 12시간처럼, 누구에게는 48시간처럼 느껴질 수 있다. 

내가 시골에 정착한 이후 하루가 길다고 느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뭔가 꼼지락거리며 시간을 활용했고, 또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주위에서도 회사일로 바쁘다는 이유로 운동이나 개인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시도만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과 가정에 충실할 뿐 아니라 자기개발도 놓치지 않고 잘 해내는 사람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한정된 시간을 하나의 일을 끝내고 다음 일을 하는 직렬적 관점에서 활용하느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병렬적 관점으로 볼 것인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시간을 직렬적으로 보면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을 연결하는 것처럼 하나가 마무리 돼야 그 다음단계로 넘어간다. 

일을 할 때도 하나가 종료된 이후에 또 다른 일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집중력이 필요하거나 중요한 일을 처리할 때는 직렬적 시간활용도 필요하다. 내가 주로 그런 스타일이다. 한꺼번에 두가지 일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하루 스케줄 중 가능하면 한가지에 올인하는 버릇이 있다. 

가령 친구와 만나기로 하면 그 날의 모든 일정은 빈칸으로 남겨 둔다. 일하기로 작정했으면 그 날은 집중적으로 일만하는 경우가 많다. 지혜롭지도 못하고 능력이 없어서인지 단순한 스타일을 고집하는 편이다. 반면 시간을 병렬적 관점으로 활용해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거나 여러 사람이 일을 나눠서 동시에 진행하게 되면 시간과 일의 효율성이 보다 더 높아 질 수 있는 데, 실제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많다. 

어떤 사람은 매일 저녁 뉴스를 보면서 텔레비전 앞에서 운동을 하는 데, 나는 티브이를 시청하면서 다른 일을 하라면 두가지 모두를 그르치고 만다. 나는 글을 만드는 동안은 거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메시지나 SNS 알림 등이 울리면 자신이 하던 일을 멈춘 후 답장을 보내고,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확인하곤 하는데 나는 그런 경우 아예 글만드는 작업을 포기해야 한다. 

단숨에 글을 만들어야지 딴전을 피우면 집중할 수가 없다. 복잡하게 사는 사람이 뇌를 많이 사용하기에 오래살고 치매가 덜하다는 보고서도 있지만 단순하게 사는 사람은 행복을 누리고, 복잡하게 사는 사람은 피곤에 젖어 산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사람의 능력은 대단히 섬세하며 경탄할 만하다. 그러나 그것도 단순하게 한 가지 일에 집중할 때나 경탄할만한 능력이 나타난다. 

이것저것 복잡하게 많은 일로 분주한 사람은 경탄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기독교인들은 세상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것들을 통해서 행복을 경험한다. 기독교인들이 특이해서가 아니라,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삶에서 복잡하게 된 요소들을 제거하고 보니까 그게 가능해 졌을 뿐이다. 그래서 보통은 싫어하는 것들도 전혀 싫지 않는 것이 되고, 오히려 그것이 더 기쁨이 된다.

로타르 J. 자이베르트는 뛰어난 대중 연설가이자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동시에 유럽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유명한 시간관리 및 인생관리 전문가이다. 그의 저서 '단순하게 살아라'에 보면, '당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것의 대부분은 쓰레기'라고 말한다. 그런 허접한 쓰레기를 위해 가장 의미를 부여하며 투쟁적으로 산다. 

사람은 원래 단순하게 살도록 태어났다. 아이러니컬하지만 현재의 하루하루를 아등바등 사는 이유도 모두 미래에 빈둥대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소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 돈을 더 많이 벌려고 바쁘게 일을 벌인다. 

그러나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젊음의 열정과 에너지가 오히려 젊음을 좌절시키기도 한다. 그러니 좋은 것이 늘 좋으리란 법은 없으며 나쁜 것이 언제나 나쁜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어느 한쪽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보는것이다. 나이 들면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적어지고 나를 찾는 사람도 줄어드니 서두를 것은 없지않은가. 사실 나이 들면서 가장 넉넉해지는 재산은 시간뿐이다. 내주변에서 약속 시간을 잡으려하면 바쁘다는 이야길 꺼내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를 걱정하는 친구들이 많다.

25가지 반찬을 제공하는 육천원짜리 백반집에 초로의 늙은이들이 모여 수다를 떤다. 누군가가 '내일 뭐해?'하고 묻는다. 아직 현역에서 일하는 건축설계사 친구를 제외하곤 할 일이 있을리 만무하기에 누가 먼저 불러주기를 원하면서도 감히 먼저 약속을 하지 않는다.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30분도 안되어 사우나 탕에서 튀쳐 나오던 사람들이 두세시간은 거뜬히 버틴다. 약속을 잡아놓고도 몇번씩 시간을 수정해야 했던 사람들이 이젠 느닷없이 찾아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갈 때 빈손으로 가려하지 않는다. 하다못 해 텃밭에 무엇이 없는지 기웃거린다. 젊었을 땐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걸 욕심낸다. 마누라에게 점수를 따려고 그러는지 주는 걸 절대 사양하지 않는다.

희곡작가 조지 버나드 쇼 비문에는 ‘우물쭈물 살다가 내 끝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중광스님은 비문에 ‘괜히 왔다간다’는 친필을 남겨놓고 떠났다. 인생을 의미롭게 아껴 살라는 충고가 아닐까 싶다. 시간은 공평하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는 우리의 몫이다. 누구나 퇴직은 내 일이 아니라고 여긴다. 발등에 떨어진 일을 감당하기도 벅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어느새 세월이 휙 지나간다. 쇼의 한 마디처럼 눈깜짝할 사이 그렇게 된다. 좋은 시계를 찬다고 시간을 잘 지키는 게 아닌 것처럼 똑같은 시간이 주어졌다고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몇 시간째 붙잡고 있는지보다 얼마나 집중했는지가 결과를 좌우한다. 빨리 끝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시 손대지 않게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요즘 중년의 위기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대부분 권태 때문이다. 40대 중반에 대부분 사람들은 사업경력의 최고조에 도달하게 된다. 20년간 같은 종류의 일을 한 후, 그들은 직업에 너무나 익숙해져 매너리즘이 문제가 될 정도로 흥미와 열정을 잃는다. 

최근 은퇴자 또는 은퇴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11만 시간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11만 시간이란 만 60세에 은퇴해 만 85세까지 산다고 하면 여생동안 갖게 되는 여유시간이다. 그 많은 시간을 아무런 계획없이 산다는 건 바보 천치(天癡)가 아니라면 그냥 허비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이가 들면서 늘어난 여가시간은 TV를 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등 소극적 여가 시간으로 바뀌었다. 특히 남성이 심하다. 

은퇴 전반기 32%였던 소극적 여가 비중이 후반기에 46%로 뛰었다. 은퇴 후반기에 들어가면 가용시간의 절반을 TV만 보거나 멍하니 있는 것으로 때운다는 의미이다. 평균수명 연장으로 100세 시대가 다가왔다. 우리나라 대부분 노인들은 무료한 삶을 살고 있다. 집에서 TV를 보거나 근처 노인정, 공원에 모여 시간을 보낸다. 

한국보건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30%만 여행을 하고 있다. 컴퓨터 인터넷 사용률은 12.8%, 평생프로그램 참여율은 6.7%에 불과했다. 여가문화활동에 참여한 노인은 27.3%, 친목단체 참여율도 37.4%에 그쳤다. 아날로그 세대인 노인들은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적응 못 하고 있다.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는 자체도 두려워한다.

그래서 노년의 삶이 무료(無聊)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나일먹어가면서 그런 사람들이 많다. 환경의 변화가 정체되면서 삶이 약간 무료해지는 경향이 확실히 생긴다. 시간의 흐름을 늦추려면 노화를 멈추는 것이 아주 좋은 해결책이겠지만 이것은 생명의 본질을 거스르는 것이므로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다른 방법이 하나 있다. 계속 어떤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해보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사회적 삶을 살면서 지속적인 변화 그것도 재미있는 쪽으로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하지만 누구나 다 경험해봤듯이 뭔가 새롭고 재밌는 것을 하면 그때만큼은 하루라는 시간이 무척 긴 것처럼 즉,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으로 느껴진다.

나는 단 하루라도 무료한 시간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 하다못해 아직은 보기 싫지 않은 잡초를 뽑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전지 가위를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바람에 주머니가 성한 옷이 없을 정도이다. 

동전을 넣으면 쏟아져 버린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즐거운 일을 찾아 나선다. 오늘 저녁에 뭘 할까? 재미있는 일을 계속 찾아봐야겠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토마토 호박 오이 가지에 지지대를 만들어 주었다. 제법 자라는 속도가 빨라 하우스 안엔 토마토 냄세가 진동하여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다. 특히 하우스 안엔 고양이들의 천국이 형성되어 있어 오래 머물러도 실증이 나지 않는다.

어제 오후부터 보이지 않던 '삼순'이가 밤새 새끼를 낳았는지 산고의 고통이 확실히 느껴질 정도로 몰골이 말이 아닐 정도로 수척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직 몇마리를 낳았는지는 모르지만 혹여 기웃거리면 화들짝 놀라 산실을 가로 막는다. 장한일(?)을 했지만 산모에게 무엇이 좋은지를 몰라 사료를 준게 미안하기만 하다. 

명태 대가리라도 사다가 삶아 주어야겠다. 임신한 놈이 둘인지 셋인지 헷갈리는데 조만간 모두 새끼를 낳으면 20마리를 넘길텐데 사료값도 감당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4월 29일이 생일인 녀석들이 열흘 정도면 기어 나올텐데 도대체 몇마리를 낳아 놓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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