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열정- 겸손- 염치

정삼열 | 2024.04.25 10:30
요즘 정치권이 일파만파(一波萬波)인가 보다. 가뜩이나 경제 성장률이 세계 최하위권으로 곤두박질하는데 정치는 더 엉망이다. 

대통령이 있는 나라인지 도통 헷갈릴 정도이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양배추 한통이 만원씩 한다는데 가정 경제가 심각할 지경이다. 

나야 안먹고 안쓰면 그만이지만 한창 자랄 때인 손자들을 먹고 싶은 걸 제대로 먹이는지가 제일 걱정이다. 어린이날도 돌아오니 고길 사먹이라고 용돈을 보내 주었다. 애들이야 경제 사정을 알리 없을 것이고 지금이 가장 먹고 싶은게 많은 나이인데 어쩌자고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인지 정치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티비를 안보지만 嫌惡의 감정이 자꾸만 커지는 것 같다.

이 나라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니 이게 바로 쓰나미(Tsunami)요, 벌판에 타오르는 불길인 요원지화(燎原之火)가 아니겠는가? 바람부는 날 메마른 논두렁에 불을 놓았다가 끄지 못하고 산불을 내는 일이 허다한데 겉잡을 수 없는 불은 순식간에 화마가 되어 모든 걸 집어 삼킬 기세이다.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면 4년 5년 동안은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서약서라도 내야 하는게 아니겠는가? 나는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음주 운전만 단속할게 아니라 음주정치를 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본다. 멀쩡한 정신으로 정치해도 어려운데 지도자들이 흥청망청하면 이 나라가 제대로 돌아 갈 것인가?

능력이 없으면 열정이 있어야 하고, 열정이 없다면 겸손이라도 있어야 하고, 겸손이 없다면 눈치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 시대는 너무 염치없는 것들이 깝족대는게 볼성사납다. 나는 애당초 능력이 없는 사람이기에 열정이라도 가져야겠다고 부지런을 떨고 내가 가장 못난 사람인 것 처럼 처신을 하려 하며 늘 부끄러운 고백을 하면서 살고 있는 중이다. 

능력도 없는 것들이 게으르고 교만하고 창피한줄도 모르는 사회에 무얼 기대할 것인가? 오늘 또 고사한 참외와 수박 모종 몇그루를 구입하여 텃밭에 심고 잔디밭을 다듬는데 그렇게 친한 친구는 아니지만 학창시절 함께 했던 친구가 찾아와 주변으로 이사할 거라며 텃밭이 달린 빈집을 소개해 달라고 요구하여 한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귀농이 말처럼 쉬운게 아니기에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사전 준비와 결심을 촉구하기도 한다. 친구에게 똥지게를 지을 용기가 없으면 섣불리 결단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아내도 귀촌에 대하여 찬성했다며 아이들 모두를 결혼시켰으니 홀가분하게 이사할 수 있다지만 내가 볼 땐 머지 않아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다. 

주변에 빈집이 아주 없는게 아니지만 소개하기가 쉽지 않다. 다음주에 아내와 현장을 답사하겠다고 제안하지만 그냥 미소로 답했다. 귀촌하는게 능력이나 철학을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여긴 승부를 걸만한 곳이 아니다. 성공이 보장되는 곳이 아니기에 대부분을 내려 놓지 않으면 감내하기 어려운 곳이 시골이고 귀농이다.

이 시대는 무한 경쟁의 시대이고, 여기에 체질화된 사람일 수록 적응하기가 어렵다. 무서운 것은 일등은 능력 있고 우수한 사람이고 꼴등은 무능력하고 우수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개개인이 은연중 길들여져 살았기에 더욱 적응하기가 어렵다. 성공과 실패가 개인의 학업성취 능력의 차이에 의해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도록 은연중 강제되고 있는 현실이다.

"有錢王八坐上席, 落魄鳳凰不如鷄"이란 말이 있던가? 돈 있으면 후레자식도 上席에 앉으며, 뜻을 이루지 못한 봉황은 닭보다도 못한 법이다"라는 말이다. 밥 값 내는 사람은 밥상머리에 앉아 큰소리로 떠들고, 얻어먹는 사람은 조용하고 공손한 자세로 머리를 조아리기 마련이다. 돈 있을 때 하는 말은 모두가 옳은 말씀이고 그의 방귀조차도 훌륭한 戰略으로 간주되어 말 빨도 먹히나, 돈 떨어지고 나면 구구절절 거짓이고 좋은 말씀도 방귀 소리같이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 고금을 통하는 世情아니던가?   

거처를 옮긴다는 건 더 심사숙고해야 당면 문제이다. 더군다나 귀촌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신데렐라 콤플렉스(Cinderella complex)'에 대하여 들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자신의 배경과 능력으로는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설 수 없을 때 여성이 자신의 인생을 180˚바꿔줄 왕자님에게 보호받고 의존하고 싶어하는 여성의 심리를 뜻한다.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빠진 여성은 어릴 때는 부모에게, 어른이 된 뒤에는 애인이나 남편에게 의지한다. 특히 일정한 나이를 먹으면 일생을 책임져 줄 남편감을 찾기에 급급해진다. 동화 속의 신데렐라처럼 자기의 인생을 뒤바꿔 줄 왕자를 기다리는 꿈을 깨지 못하고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심리가 깊어지면 신데렐라 콤플렉스 증상이 나타나는데, 다행히 이런 콤플렉스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 존재한다면 그 갈등을 극복할 수 비책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해줬다.

이 뜻은 곧 현실인식장애 증후군과 같은 말일 것이다. 왜 이런 말이 생겨나고 퍼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가 동화에서 읽은 신데렐라의 내용은 간략하게 "계모와 언니들의 구박과 핍박 속에서 왕자의 눈에 띄어 왕비가 되고 행복한 삶을 살게된다"라는 내용이다. 여기의 내용은 착하고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행운과 행복이 찾아온다는 교훈이 담겨진 동화인데, 현대에서는 이 동화의 내용이 잘못이해 된 것 같다. 

물론 대다수는 아니겠지만 몇몇 여성들은 젊을 때는 놀고 나이가 차면 좋은 남자를 만나서 행복 하게 살면 된다고 이상하게 이해하는 것 같다.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가상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 이렇듯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신데렐라 증후군이 퍼지고 있다. 질 높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 고급술집만 다니고, 고급 옷만 입으며 고급 커피만 마시는 그런 된장녀들도 여기서 생겨난 것 같다.

타락한 사회의 인식이 가장 문제점이다. 이 건 교회도 마찮가지이다. 'Cinderella complex'가 목회자들에겐 없겠는가? 언제던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어하는 욕망이 내 안에도 있었다. 존 후스는(John Huss)는 (A.D. 1373-A.D. 1451년)보혜미아(Bohemia)후슨넥(Husinec) 지방 농민의 아들로 출생했다.

후스는 설교자로서 교수로서 설교와 저술로 가톨릭 신앙의 타락과 부패상을 비판하고 초대교회 순수한 신앙으로 돌아 갈 것을 가르쳤던 인물이다. A.D. 1373-1451년 콘스탄스 회의 결정에 의하여 화형을 당했는데, 존 후스는 설교와 저술을 통하여 교회의 부패와 타락을 청산하고 기독교 정신으로 돌아 갈 것을 축구했다. 

그는 말하기를 교회의 의미는 성례에서 찾기보다는 그리스도를 닮아 가는 데 있다고 했다. 면죄부 판매를 반대하고 성상 숭배를 배격했다. 또한 교황의 정대 권위를 반대하고 성경의 절대 권위를 주장했다. 후스는 A.D.1512에 바울 서신 번역 주석을 통하여 성도의 구원은 선행으로 의롭다 함을 얻는 것이 아니요 구원은 하나님의 거저 주시는 은혜라고 말했다. 

후스는 교회의 부와 사치스러움은 사악함과 불신앙의 표징이라고 비판했고 성직자 청빈 생활을 강조했다. 교회가 온갖 비싼 성화들과 성직자의 예전복, 성작과 종과 오르간을 사용하여 행하는 의식들을 비판했다. 그리고 사제들만이 참예했던 성만찬 예식에 평신도들에게 허락했다. 오늘 이시대의 개신교 성만찬 예식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교회도 최고를 지향하기 시작했다. 교회 사이즈가 성공의 척도가 되기 시작했다. 지금 한국 개신교는 보편적 교회, 공교회 의식을 잃어버리지 않았나 하는 깊은 우려가 든다. 모든 교회가 인종이나 신학이나 지역 등 다양성 가운데서 다른 환경에 놓일 수 있다. 하지만 교회는 결국 하나다. 개교회가 특정한 행동을 할 때, 개교회 하나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메시지가 니케아신경 안에 담겨 있다. 지금 한국교회에 가장 만연한 생각은 무엇인가. 개교회우선주의다. 개교회는 자기 교회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적 생각에 빠져 다른 교회에 미칠 악영향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공교회 의식 부재, 하나의 교회라는 의식이 없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깊은 우려가 든다.거룩한 교회는 무엇인가? 

거룩을 뜻하는 히브리어 '카도쉬'(kadoshi)에는 '분리되다', '구별되다'라는 어원적 의미가 있다. 이에 따르면, '거룩하게 됐다'는 말은 세상에서 불러내어 하나님을 위한 특별한 일에 구별됐다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는 세상 가치와 다른 무엇을 지닌, 분리되고 구별된 독특한 특성을 지닌 공동체라고 할 수가 있다.

별로 한 일도 없는데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어둠이 짙어지며 한낮의 열기도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요즘 날씨가 가장 좋은 것 같다. 너무 덥지도 않고 너무 춥지도 않은 이런 날씨가 나에겐 딱 어울리는 날씨지만 그건 내가 선택할 사항이 아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엔 최선을 다하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엔 순응하는 게 그간 세상살이를 하면서 배운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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