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정삼열 | 2024.04.15 10:43
길거릴 지나 다니다 보면 오래전 나무를 심었던 사람이 임업에 대한 상식도 없이 나무를 무분별하게 심어 기형적으로 자랐기 때문에 별로 쓸만한 건 없다. 

나무의 성장 속도와 간격을 무시하고 많이만 심으면 좋을줄 알고 너무 빽빽하게 심은 탓에 나무들이 햇볕을 보기위해 경쟁적으로 위로만 자라다 보니 곁가지는 없고 키만 큰 나무들이라 지금이라도 나무를 속아주어야 하는 데, 개인 소유로 되어 있기에 간벌하기가 어려워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

숲이 건강하려면 나무들에게도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다. 좁은 곳에 너무 나무가 많으면 가지가 약하고 키만 커진다. 작은 나무도 있어야 하고 때론 잡초도 있어야 한다. 인생도 목회도 마찮가지다. 큰 대형교회도 있어야 하지만 작은 교회도 있어야 한다. 내가 현역을 떠날 때 200명 남짓한 교인이 전부였지만 나는 한번도 작은 교회라 여겨 본적이 없었고 미자립교회라고 멸시해 본적이 없었다.

공사장에서 통나무에 불을 지필 때에도 불쏘시게가 있어야 화력을 얻을 수가 있다. 세상에는 잘난 사람도 있어야 하지만 못난 사람이라고 무시 당해서는 않된다.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예수그리스도의 지체들인 교회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서로 상생의 길을 가야 한다. 서로 위로 솟기만 하면 나중엔 모두가 도태될 수도 있다.

이를 뒤늦게 깨달았기에 '창살없는 감옥'에 갇혀 살았는지 모른다. 대부분 동역자들의 로망이 교회를 대형화시키는 것이겠지만 그 허망된 꿈을 포기하지 못하기에 감옥에 갇혀 사는 것일게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 정신적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다. 전혀 안그럴 것 같은 사람으로 확신했지만 철저히 감옥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나는 이스라엘을 네번 방문했지만 두번은 베들레헴에 들어가지 못했고, 헤브론도 한번도 들어가질 못했다. 비상 사태가 발생하면 당장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다. 내가 베들레헴을 방문했던 인상은 평화의 왕 예수님을 탄생시킨 성지라기 보다는 거대한 감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들레헴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오슬로 평화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이 되었다. 이스라엘은 1995년 12월  베들레헴에서 정식으로 군대를 철수했지만 베들레헴은 여전히 이스라엘의 통제 하에 놓여있다. 베들레헴은 이스라엘이 세운 8m 높이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이스라엘군의 검문 없이 도시 출입은 불가능하다. 

꼭 그런 건 아니었지만 베들레헴을 성지순례한 인상으로 예수탄생교회와 말구유의 장식보다는 장벽이 더 강하게 인상지워졌다. 베들레헴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검문소를 거쳐야 하는데 이는 마치 국경을 넘는 것과 같다. 이스라엘 안전 요원들이 방탄 유리 건너편에 앉아 여권과 허가증을 요구하고 주변에는 총을 멘 이스라엘 군인들이 삼엄하게 지킨다. 삼엄한 경계속에 회전문을 여러번 거쳐야 하고, 안전대를 지나야 하며,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작동하고 있다. 

베들레헴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예루살렘을 가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특별허가증을 받아야 하는데 허가증 받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다고 한다. 함부로 장벽 근처에 접근하면 조준 사격을 받게 된다. 팔레스타인들은 인생의 1/3을 이렇게 검문소에서 차례를 기다리느라 낭비하고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거대한 감옥을 연상케하는 곳이다.

이스라엘로 들어가는 검문소를 통과할 때 이스라엘 시민권자와 이스라엘 비자를 소유한 외국인들은 자유롭지만 팔레스타인들은 이스라엘 출입허가증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이 검문소로는 자유롭게 지나갈 수 없다. 검문소를 통과 할때 마다 당해야 하는 모멸감이 더 큰 문제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예수탄생교회가 전쟁 통에도 이슬람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고 지금까지 1500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하나는 성당 정면에 있는 모자이크의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온 동방박사들이 페르시아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슬람군은 이 모자이크를 보고 매우 감동해 성당을 허물지 않고 참배했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이유는 쿠란(Quran)에 동정녀 마리아가 하나님의 종이며 예언자인 예수를 종려나무 아래에서 낳았다고 하는데, 이 종려나무가 바로 베들레헴에 있다는 이슬람의 전설 때문이다. 

오늘날 무슬림들이 예루살렘 이슬람 황금사원과 헤브론 성조사원을 순례한 후 베들레헴 예수 탄생 성당을 참배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아무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의 수단이라곤 그저 살아남는 것뿐이다. 

철저한 억압, 무자비한 착취를 이보다 더 절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천 년 전과 마찬가지로, 하나님 나라는 막강한 군사력으로 군림하는 이스라엘이 아니라 참혹한 억압이 일상화된 팔레스타인 땅에서 솟아나고 있다,

예루살렘의 종교와 베들레헴의 종교는 다른다. 기득권을 가진 이들에게 베들레헴의 크리스마스는 사치를 즐기는 축제에 불과할뿐이다. 그러나 정작 성탄절은 소외된 이웃을 위해 존재하는 가스펠이다. 하나님은 고아와 과부와 떠돌이에게 먼저 다가가시기 때문이다. 우리의 하나님은, 사랑이시고 연민이시기 때문이다. 

베들레헴을 휘감은 거대한 장벽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으로,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으로 철저히 갈라놓고 있다. 순례객들은 아기예수가 태어난 장소를 보기위해 줄을 서고 까치발을 하고 가까히 가려 애쓰지만 나는 베들레헴에 머무르는 동안 계속해서 거대한 장벽안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연상했다. 인구 3만명의 작은 도시가 지금 분리 장벽에 뚤러싸여 큰 감옥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아파한다.   

사정은 우리나라도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다. 아니, 같은 민족이라 더 서글픈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정교한 장벽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점점 강고해지고 있다. 서울과 지방, 도시와 농촌, 자본과 노동,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람 아래에 있어야 할 범주들이 사람을 규정하고 압도한 지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하나님 나라는 번듯한 ‘거기’가 아니라 허름한 ‘여기’에서 싹트고 있다. 하나님은 오늘도 없는 이들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시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관심을 자져야할 곳은 예루살렘이 아니라 베들레헴이다. 큰 교회가 아니라 작은 교회이다. 중앙이 아니라 변두리다.

어젯밤 추억에 잠겨 뒤척이다 겨우 새벽녁에 잠이 들었는데 이른 아침에 친구가 대단히 흥분된 상태로 찾아와 방 문을 노크한다. 대충은 짐작하고 있지만 꼭두 새벽에 찾을 정도라면 왠만한 친분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인데 나를 그렇게 편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은 대단한 사건이라 생각하지만 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닌 그렇고 그런 사연이다. 

세상 일이란 대게 그런 것들이다. 시간이 조금 흐르면 모두 잊혀질 것들이고 조잡스러운 것들이 세상에 가득 차있다. 친구들 끼리 이해관계가 얽혀 싸움이 벌어진 모양인데 일단 나쁜놈이라고 거들어 주었다. 내가 결론을 내주지 못할 일들이지만 우선은 동조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결론은 본인들 묷일뿐이다. 

비트코인인가,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가상화폐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는데 남들이 모두 투자하니 귀가 얋은 사람이 믿고 돈을 빌려주었다가 떼일 지경인가 보다. 본인은 분명히 빌려 준 것인데 정작 당사자는 함께 투자한 거라고 우기니 둘중에 한 놈은 나쁜 놈일텐데 문서 한장 남기지 않았으니 하소연할 곳이 없었나 보다. 

가상화폐 열풍에 300만명이 몰렸으니 어린 아이나 노인을 빼면 거의 성인 열명중 한명은 구매했고 가정 수로 따지면 세 가정중 한가정은 연류되었을런지 모르겠다. 나는 의심병이 많아 가상화폐나 증권같은 곳은 거들 떠 보지도 않는다. 한번도 투자해 본 적이 없다. 심지어는 복권 구입하는 사람도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질 않을 정도이다. 

입속에 맴도는 말이 있었지만 쏟아내고 싶었지만 참았다. 만약 비트코인이 백배 이상 상승했으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한 50억원 정도 벌었으면 원금만 내 돈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을까? 약속은 깨어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했던가. 나일먹으면 있는 친구나 잘 관리하면서 살아야지 또 다른 만남을 가질 수는 없는 데, 감정 조절을 못해 다시는 안 볼 생각으로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나도 무척 화가 난다. 이 나이가 되도록 감정 조절을 못하는 못난 친구들 사이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서글프다. 나는 자주 화를 내는 편은 아니지만 분노의 감정을 누그러트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게 내 최대의 단점이다. 분노의 감정이 생기면 오랫동안 지속되기에 가능하면 화를 내지 않으려 하는 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크게 싸우진 않지만 한번 틀어지면 거의 상종을 안하는게 내 단점이다. 분노는 오랫동안 인간 삶의 문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 중요한 감정이다. 고대 희랍과 로마의 철학자들은 분노를 인간 존재와 인간 영혼을 이해할 수 있는 핵심적 통로이자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실존적 요소로 간주하고, 분노라는 감정의 본성이 무엇인지에서부터 분노의 통제나 제거가 어떻게가능한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했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성격적으로 과격하진 않지만 어떤 일을 만났을 때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여지껏 마음 고생을 많이 하면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난 이곳을 선택하면서 삶을 단순하게 살아야겠다고 작정했다. 불확성이 충만한 곳이긴 하지만 남의 눈치를 안보고 이중적 태도로 상대방을 기만하는 이 지긋 지긋한 도시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이곳의 생활. 내 생전 이런 고생을 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몸서리가 쳐진다. 사실 목회자 생활이 고달프다고 하지만 정신적 고뇌는 있을런지 모르지만 솔찌기 목사란 직업처럼 편한 직업이 없다. 출근도 없고 퇴근도 없었으며 경제적으론 넉넉하진 않지만 초창기 선배들에 비하면 몸으로 때우는 고생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정신적 노동과 육체적 노동을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막노동판에서 한시간만 일하면 모두 거품을 물고 쓸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하게 사는 사람일 수록 건강하다는 사실이다. 구름은 달을 가릴 수는 있지만 달을 바꾸거나 그 본질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은 상념으로 흐려질 수는 있으나 우리의 진정한 마음, 진정한 본질은 여전히 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믿어왔지만 그 믿음이 자꾸 깨어진다. 

물과 기름은 둥근 유리잔에서는 둥글어지고, 모진 유리잔에서는 모가 지게 된다. 물과 기름은 원래 타고난 형태가 없다. 인간관계라는게 그렇다. 영원을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나는 세상을 한참이나 모르고 살아 온 것 같다. 요즘와서 세상을 헛살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후회하면서 잘못을 반복한다.

성격상 나처럼 덜렁거리는 사람도 없을텐데 언제부터인가 꼼꼼해졌다. 체질이 바뀐 것 같다. 조금만 힘들어도 자포자기했는데 이젠 지칠줄 모르는 체질로 바뀌었다. 전엔 아무리 피곤해도 자정을 넘기고 잠을 잤는데, 이젠 9시면 꿈나라로 간다. 초저녁 잠이 많아지고 새벽잠이 없어진 걸 보니 노친네가 된게 확실하다. 

전엔 거울보는 날이 많았지만 요즘은 교회가는 날외엔 거울을 보지 않는다. 안보아도 뻔한 얼굴 자주 들여다 본다고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아 아예 집에 거울이 없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사람은 모두가 제멋에 살듯 나도 지금의 내 모습이 제일 예쁘다는 생각을 한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한바탕 소요를 일으킨 친구때문에 멍한 기분이 들어 빛고을 목마의 시집을 꺼내들고 우수에 빠져들며 시문의 세계를 음미했다. 갑짜기 우중에도 전주 건축현장에 바라시를 하러 가자는 말에 못이기는척 따라 나섰다. 비가 올 땐 혼자있는게 정신 건강상 좋지 못하다. 오랜만에 빗 길 운전을 하며 주현미의 러브레터를 들으며 두어살 젊어지는 기분을 느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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