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을 잃으면 모든 걸 잃은 것이다.

정삼열 | 2024.04.13 10:23
제2차 세계대전 때 패튼장군이 연합국 고위급회의에 참석하였고, 그 회의는 장시간 이어졌다. 이에 패튼은 담배를 다 피우는 바람에 해군중위 부치에게 담배를 빌릴 수밖에 없었는데, 부치는 패튼이 자유롭게 피울 수 있도록 시가 한 상자를 탁자 위에 놓아두었다. 

내로라하는 골초였던 패튼 장군은 줄담배를 피우다 순식간에 한 상자를 다 피우고 말았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패튼은 부치 중위에게 감사의 말을 건네며 말했다. 

“담배를 빌려줘서 고맙네. 아주 맛있게 잘 피웠네. 나중에 시간이 되면 갚겠네.” 부치는 대수롭지 않은 듯 흘려듣고 말았다. 

전쟁이 끝나고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부치 중위는 오래전 그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어느 날 뜻밖에 미국에서 온 소포를 열어보니 패튼이 보낸 최상급 시가 한 상자였다. 그 이후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그 이야기를 하였다. “패튼 장군은 믿을 만한 사람이야.”

일반적으로 타인들에게 믿을 만한 사람이란 평을 받는 이들은 대체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 같다. 그들은 신용이라는 훌륭한 품성을 잘 가꾸어서 약속을 하면 철저히 지킨다. 때로는 좀 손해를 보는 한이 있어도 개의치 않고 확실한 신용을 위하여 끝까지 노력하는 것 같다. 이들을 보면서 신용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한다. 지금처럼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많이 하는 시절에는 더더욱 그렇다.

내 건축현장엔 대단한 기능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사비가 넉넉한 것도 아니건만 공사현장의 스텐다드라며 서로 물품을 납품하려 한다. 거의 현찰이 없어도 필요에 따라 자재 반입이 자유롭다. 대게는 외상을 주지 않지만 우리 현장은 내가 나서지 않아도 소장이 전화하면 즉시 물품이 반입되기도 한다. 

신용만 있으면 문제될게 없지만 신용을 한번 잃으면 현찰로도 거래를 꺼린다. 신용과 성실은 사회생활의 으뜸가는 덕목이다. 신용을 잃으면 모든걸 잃은 거나 마찮다지이다.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이 두 가지를 치세의 근본으로 삼아왔다. 노자도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언약을 가벼이 여기면 신용이 적어지고, 쉬운 것이 많으면 어려운 것도 많아진다.” 아울러 공자는 ‘사람이 신용이 없으면, 그를 몰라도 괜찮다’고 했으며 오로지 성실하고 신용을 지키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 존경과 신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자의 제자인 증자는 생활이 매우 곤궁했다. 어느 날 증자의 아내가 시장을 가려고 할 때 어린 아들이 막무가내로 같이 가겠다고 우겼다. 시장에 가면 엄마가 맛있는 주전부리를 사주곤 했기 때문이다. 울며 떼를 쓰는 어린 아들 때문에 난처해진 증자의 아내는 아들을 구슬렸다. “얼른 갔다 와서 돼지를 잡아 맛있게 국을 끊여줄 테니까 집에서 놀고 있어라.” 

한참 후 시장에 갔던 증자의 아내가 돌아와 보니 증자가 시퍼런 칼을 들고 돼지를 잡고 있었다. 아내는 달려들어 증자를 붙들고 말했다. “아이를 달래려고 실없이 한 말인데 진짜로 돼지를 잡으십니까?” 그러자 증자는 아내의 손을 뿌리치며 단호히 말했다. “아이는 부모가 하는 대로 배우는 것이오. 만약 돼지를 잡지 않는다면 부인은 아이이게 거짓말을 가르친 셈이 되오. 그리고 아이는 앞으로 부인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오.” 

증자의 말에 아내는 아무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증자는 돼지를 잡아 아내가 아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게 했던 것이다. 어른이 신용을 지키지 않으면 아이의 장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게 증자의 신념이었다. 사람이 출세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세상에 나온 것만으로도 출세를 했는데 너무 많은 걸 가지려 한다. 

돈이 그렇고 명예가 그렇다. 다 쓰지도 못할 걸 가지려 혈안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도 없이 자신을 자학하거나 독백을 한다. 

나는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멍'한 생각에 젖어들 때가 많다. 그냥 차밖을 주시하며 주마등처럼 스치는 옛 생각에 잠겨 때론 혼자 웃기도 하고 괜히 슬퍼지면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한시간이면 갈 수 있는 한양길을 세시간짜리 완행열차나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이유가 바로 '멍'한 생각을 가지고 싶기 떼문이다. 무대에 선 배우처럼 독백을 쏟아낼 때도 있고 지난 날을 후회할 때도 있다. 그것이 잘 설계된 시나리오대로 뱉어진 말이라면 좋겠으나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희로애락의 어느 고비에서 우리는 혼잣말을 한다. 

그것은 과부하가 걸린 내면의 어떤 일에 대한 일종의 자기정화일 수 있다. 독백은 대개 부끄러운 내용을 담고 있다. 한번 그런 장면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어느 케케묵은 과거의 일까지 주마등처럼, 때론 아지랑이처럼 모락모락 피어올라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소설가 최인호 씨는 “낯 뜨거운 과거의 장면이 떠오르거나 기억조차 하기 싫은 비굴하고 옹졸한 내 자신의 치부를 떠올릴 때 자신도 모르게 ‘아이고 미친놈’ ‘망할 자식’ 하고 욕설을 중얼거린다”고 ‘최인호의 인생’이라는 책에서 썼다. 누군들 부끄러운 일이 없겠는가? 그렇게 제 삶을 겁박하고 닦달하면서 예까지 끌고 왔건만 여전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 정말 한심스럽다. 최인호 씨는 자신에 대한 욕설을 “내가 또 하나의 나를 향해 던지는 일종의 야유”라고 규정했다.

'태양이 빛나지 않을때에도 태양이 있음을, 사랑을 느끼지 못할 때도 사랑이 있음을, 신이 침묵할때도 신이 있음을 나는 믿는다.' 아이슈비치수용소 어느 벽에 쓰여진 글이다. '영원한 평화의 그날이 이 땅 위에 오리라는 것을, 더딜지라도 그날이 반드시 오리라는 것을 나는 굳게 믿는다.' 이런 희망이 유대인을 살린 것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구름 낀 날이 많고 풍우대작하는 날이 어디 한두번이겠는가? 그래도 태양은 변함없이 동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고 있음을 믿는다. 성숙한 사람은 특별한 일들에만 관심을 가지려는 미숙한 사람들과 달리 평범하고 작은 일에서 더 많이 배운다.성숙한 사람은 구름만 쳐다보는 미숙한 사람과 달리 구름에 가려진 태양을 바라본다. 오늘 태양이 보이지 않는다고 태양이 없어진 게 아니다. 

1999년 8월11일 세계인의 시선은 태양과 달에 집중됐다. 20세기 마지막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서였다. 개기일식은 태양이 달에 가려 사라지는 현상으로 대낮이 한밤중으로 변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잠시 태양을 가렸을뿐 태양이 사라진 게 아닌데 사람들은 태양이 사라지는 장면에 환호를 보낸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호들갑을 떨지 말아야 한다. 

내가 위기의 순간이라고 느끼는 것도 어쩜 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현대인들이 불안한 것은 위기의식때문이다.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많다. 교회만 해도 그렇다. 목회자들이 모이는 곳에 등장하는 대화의 주제 중의 하나가 한국교회의 위기이다. 그들의 오고가는 대화의 내용에 한국교회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더 위기의식을 가지는 것에 대하여 논의가 많지만 이를 타개할 길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 더 문제이다. 한국교회가 이렇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된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첫째, 한국교회가 세속주의에 사로잡혀서(29.4%) 둘째, 한국교회가 자정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12.4%) 셋째, 현 교회 지도자들의 신학적 윤리적 수준이 낮기 때문에(11.8%)'라고 답변했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볼 때 한국교회는 교회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교회가 생명의 복음을 전하느라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이에 어느덧 교회 주위에. 아니 교회 안에까지 생명을 죽이는 암세포도 함께 키워온 게 아닐까? 혹시 산업사회에서 소비성향이 증대하는 것과 함께 교회라는 소비산업도 함께 성장한 것은 아닐까?

사회학자 피터 버거 (P. Berger)의 말에 의하면 다원주의의 상황에서 종교제도는 점차로 매매기관이 되고 경쟁적인 시장기관으로 변형된다고한다. 그렇다면 술집과 여관의 번창과 교회의 숫적 증가 사이에는 일종의 함수관계가 있는게 아닐까? 즉 세상인들은 술과 섹스로써 육체적 스트레스를 풀고. 신자들은 달콤한 위안. 심리적 보상. 죄책감의 해소 등으로써 정신적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아닐까?

한국 몇몇 교회의 행태들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회는 경제적 어려움에 신음하고 있음에도 지나치게 큰 규모로 호화로운 교회건물을 지어 빈축을 사는가 하면 교회돈을 횡령하여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고 호의호식하는 목회자들, 자신의 명예와 교권획득을 위해서는 수천 수억의 돈을 쉽게 지불하면서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는 인색하기 짝이 없는 목회자들, 그리고 천국행 티켓을 얻기 위해 헌금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정작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불우한 이웃에는 무관심한 성도들, 이들이 교회와 사회를 어둡게 하고 있다.

노년의 위기도 마찮가지이다. 태양을 가리운 먹구름이 오랫동안 짙게 시야를 가려 시계 제로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베이비 부머 세대들도 어느덧 60선을 넘어섰다. 참으로 세월이 무상하다. 앞으로 베이비 부머 세대들을 계속 노년층으로 흡수 될 것이다. 누군가 그랬던가? 인생 2모작이라고-이제 2모작을 해야만 할 시기가 다가 온 것이다. 

    이모작.
 

과거 보리고개를 넘겨본 사람들은 다 안다. 가을에 추수를 하고 보리 농사를 져야 한다. 그리고 봄에 또 보리를 수확해야만 겨우 보리고개를 넘겨 갈 수가 있다. 보리 수확을 할 때까지 한두달에 바로 보리고개다. 이 보리고개를 못넘기면 그냥 아사하는 것이다. 이렇게 굶어죽는 사람이 해방 이후에도 지천이였다.  

곡물만 이모작이 아니라 인생도 이제는 이모작을 하지 않으면 그냥 죽어버리게 생겼다. 가진 것이라고는 내놓아도 팔리지도 않는 주택 한채가 전부인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이제는 또 보리 농사를 져야만 견뎌 나갈 수가 있다는 것이다. ‘밤새안녕’이라더니 새삼스레 실감나는 시점이다. 하루 밤을 자고 눈뜨면 12명의 노인이 자살하고 11명의 노인이 실종된다. 

무슨 미스터리 드라마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오늘의 현실이다. 노인의 자살에는 가난, 질병, 고독의 3중고(三重高)가 있다. 지금의 노인들은 대가족 제도에서 성장해 핵가족 시대에 인생의 황혼을 맞은 사람들이다. 가족을 위해 살았으나 정작 노후대비를 못해 빈곤하고 가족 해체로 자식들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세대다. 

돌이켜 보면 이 시대 노인들이 격동의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온갖 고통과 역경을 극복한 어르신이다. 자녀들은 점점 부모를 모시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의 사회 안전망은 여전히 부실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병들고 버림받은 노인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있는 것이다.

모처럼 공사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 있기로 했지만 소장이 심심한지 전화하여 예정에 없는 시골장을 다녀왔다. 오늘이 삼례장인데 별다른 장보기를 할 생각없이 구경삼아 갔지만 시장에 왔으니 소비를많이 해주어야한다. 특히나 내일 전주 광주 등지의 친구들을 초대했기에 미리 자연산 우럭과 광어회를 예약해 놓았지만 큰 맘먹고 두리안 파는 집을 갔는데 왠 두리안 먹는 사람이 그리 많은지 장날이 아닌 평일에 와야 살 수 있단다.

촌사람도 동남아에 안다녀 온 사람이 없으니 두리안 맛을 아는게 분명하다. 딸기와 망고 몇개를 구입했다. 남기고 가면 결국 썩히고 마니 먹을만큼만 구입했다. 탱크 크기로 보면 우리 담임목사가 대단하지만 당뇨때문에 사모님의 감시가 심해져 요즘은 거의 식탐을 줄인 것 같다. 집에 돌아와 콩밭을 매었다. '콩밭매는 아낙네'란 노랫말도 있지만 정말 감당못할 정도로 풀이 많이 난다. 수박과 참외 몇개도 심었다. 모처럼 집에서 일하니 고양이들이 주변에 모여 놀자고 비벼댄다. '저리가 저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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