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패에 책임질 사람은 나 자신 외에 아무도 없다.

정삼열 | 2024.04.09 09:29
중국 하나라의 시조인 우(禹)임금의 아들 백계(伯啓)로부터 유래된 고사성어로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 편(篇)에 보면 '반구저기(反求諸己)'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활을 쏘아서 적중하지 않아도 나를 이기는 자를 원망치 않고, 돌이켜 자기에서 찾을 따름'이라는 의미다.

우임금이 하나라를 다스릴 때, 제후인 유호씨(有扈氏)가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왔다. 우임금은 아들 백계로 하여금 군대를 지휘하게 하였으나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참패를 당하게 된다. 너무 어처구니 없이 당한 백계의 부하들은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여 다시 한 번 싸우자고 주청하게 되는데, 그러나 백계는 "나는 유호씨에 비하여 병력이 적지 않았지만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이는 나의 덕행이 그보다 못하고, 부하를 가르치는 방법이 그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먼저 나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아 고쳐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말하고는 더이상 무모한 전쟁을 하지 않았다 한다. 이 후 백계는 더욱 분발하여 날마다 일찍 일어나 일을 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며, 백성을 아끼고 품덕이 있는 사람을 존중하였다. 

이렇게 1년이 지나자 유호씨도 그 사정을 알고 감히 침범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결국에는 백계에게 감복하여 귀순하게 되었다는 고사에서 '반구저기'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났고, 이는 어떤 일이 잘못 되었을 때 그 잘못의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다는 말로 사용되었다.

이 고사성어는 우리말의 '내탓이오'와 의미가 통하며, '잘 되면 제 탓, 못 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과는 상반된 뜻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고, 생각하는 사람의 성향에 의해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때문인지, 항상 세상이 시끄럽다. 본인의 주장을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그래서 우리는 항상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 요인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으려고 한다. 

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 하면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된다. 그러나 사람은 항상 다른사람이 원인을 제공했고, 나는 변한게 없는데, 상대방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정작 자기 자신이 한 일에 대하여 너무 너그럽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옹졸함에서 원인을 찾으려 하기에 문제가 꼬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폴레옹(Napoléon)은, "나의 실패에 책임질 사람은 나 자신 외에 아무도 없다. 나 자신이 바로 나의 큰 적이자 비참한 운명의 원인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므로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남의 탓을 하기보다 그 일의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아 고쳐 나가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 많은 세상임이 분명하다. 사람이 사는 동네에는 항상 징소리, 꽹과리 소리가 요란하게 난다.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드러내려고 애쓰면 고요히 흐르던 물도 역류한다. 

몇년전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한국인 조승희(23) 씨가 총기를 난사하여 32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죽은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났다. 이 후 안식과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의 편지가 캠퍼스 내 추모석 앞에 잇따르고 있는데, 참사의 희생자는 32명이 아니라 33명이라고 적혀있다. 총기를 난사한 한국인, 조승희 씨의 이름도 33인의 추모석에 네 번째로 자리잡고 있었다.

걸핏하면 ‘네탓이오’가 만연한 한국사회에 큰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다. "너를 미워하지 않아." "네가 그렇게 절실히 필요로 했던 도움을 받지 못했다니 가슴이 아프다.” 등등의 추모시가 등장했는데, 그곳에서 조씨는 많은 청춘의 목숨을 무참하게 앗아간 ‘학살의 주범’이 아니었다. 미국사회가 따뜻하게 보살피지 못했기 때문에 반사회적으로 변질된 또다른 ‘희생자’였다는 자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원망이나 미움은 없었다. 거기엔 안타까움과 용서만 남아 있었다. 미국의 성숙한 시민사회가 보여주는 ‘내 탓이오’는 반대로 ‘네 탓이오’에 익숙한 우리에게 충격과 함께 감동을 주고 있다. 미국사회를 새롭게 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버지니아공대에는 "내 자식 살려내라.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악다구니도 없이 조용히 ‘나와 우리의 탓’으로 문제를 돌렸다. 

미국은 이름 표기마저 한국식 ‘조승희’에서 미국식 ‘승희조’로 바꿨다. 미국 내에서 생활하던 ‘미국인’이며 미국사회의 탓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다. 버지니아공대에 가보면 한국인이라는게 머슥해 진다. 그게 미국인과 한국인의 차이인가? 남탓할 필요가 없다. 서양 속담에 자신이 한 말을 가장 먼저 듣는 것은 자기 ‘귀’라는 말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들이 자신도 모르게 의식을 좀먹을 수 있다.이미 그런 습관이 들었다면 의식적으로 바꿔야 한다. 옛말에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현명한 명필이라면 정말 형편없는 붓을 들고도 불평하지 않으며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붓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고향에서 쫓겨났다. 가난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다. 배운 것이 없다고 힘이 약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글자라고는 내 이름을 쓸 줄 몰랐다. 

자모카르를 당할 수 없으며 힘으로는 내 동생 카자르한테도 졌다. 대신 남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였고 내 귀는 나를 현명하게 가르쳤다. 나는 힘이 없기 때문에 평생 친구와 동지들을 사귀었다. 빰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가 살아나기도 했다. 

가슴에 화살을 맞고 꼬리가 빠져라 도망 친 적도 있었다. 나는 숨을 쉴 수 있는 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알고 보니 적은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깡그리 쓸어버렸다. 나 자신을 극복하자. 나는 칭기즈칸이 되었다.

'태무진이 젊은 날에 환경이나 남을 탓했다면 그는 평범한 양치기에 불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냘 양치기로 살고 싶은 마음이 더 강열하다. 지금에 와서 내가 징기스칸이 될 수도 없지만 된다고 해도 의미가 없을 나이라는 생각이 들어 촌부가 되기를 작정했었다. 다만 누구에게도 손해와 고통을 주지 않고 가능하면 인간답게 살기를 열망한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조팝나무 몇그루를 수거하여 내 정원에 심었다. 지금도 가득찬 느낌이지만 일이년이 지나면 너무 빽빽하여 운신하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뽑아내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은 많이 심어 놓고 수형을 만들어 갈 생각이고 정원보다는 숲을 만들고 싶은 생각에서 하찮은 조팝나무일 망정 옮겨 심었다. 

아침 저녁으론 제법 쌀쌀하던 날씨가 급격히 상승하여 영상 20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를 보여 일하는데 지장을 받긴 하지만 날씨의 영향을 받는 밭작물들이 우후죽순 자라는 모습을 보면 절로 신이 난다. 열무와 상추를 뽑아 나눠 주었고 그 빈자리에 다시 다른 작물을 심었다. 쌈을 좋아하진 않지만 상추쌈을 시식해 보니 무공해로 키운 연한 새싹이 너무 맛이 좋다. 

혼자 먹기엔 나무 아까워 주일날 오후에 친구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토마토가 자랄 때쯤, 옥수수를 수확할 때쯤, 고구마를 캘 때쯤, 사과가 익어갈 무렵 계속 친구들을 불러 모을 생각이다. 절간같은 내 울타리 안이 시끌법적해질 때 동네 사람들이 목석은 아닌 모양이라는 말이 나올지 모르겠다. 오늘 뉴스에 혼자사는 독거인이 천만명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전해졌는데 가끔은 시끄러워지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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