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버벅거라는 귀촌생활

정삼열 | 2024.04.07 11:21
난 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방안에서 키우는 꽃이나 인위적인 분재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분재는 혐호스러워 할 정도로 거부하는 편이다.

조경이야 최소한의 기교나 가미가 필요하단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기형적이며 인간중심적 사고로 나무를 만들어 가는 걸 환영하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에 가까울 정도가 딱 보기 좋다.

나는 지금도 상당량의 나무를 심었고, 앞으로도 물론 각종 꽃나무도 심을 생각이지만 그보다는 나무들의 성장 발육에 지장이 있거나 보기 흉하지 않다면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최대한 전지작업을 하지 않으려 한다. 

사실 사람의 손이 가지 않은 야생이 아름답다. 때로 길을 가다가 집 정원에 향나무를 둥근모양 삼각형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모습을 보며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혀 나무의 특색을 고려하지 않은 인간중심의 산물일뿐이라 금방 실증을 느낀다.

목회도 그렇다. 너무 기계화가 되어 있다. 그 교회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이나 전통을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러니 기독교가 아니라 목사교라는 소리가 들리는지 모르겠다. 주보하나 바꾸는데도 백년이 걸린다. 물론 형식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예배라면 그래도 형식이 있을텐데 장례식예배나 아가 돌예배나 구역예배가 모두 동일하다.

묵도 기도 찬송 설교 축도로 끝난다. 한국에 온 초기 선교사들이 평신도 출신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모든게 부흥회 형식이고 전혀 시각적인 요소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언젠가 장례식장에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장례식을 집전한 적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타계한 분들이 불교 천주교 기독교 신자였는데, 말하자면 삼개 종파가 합동으로 장례를 치루면서 목사의 기도 소리는 사라지고 요란한 의식 행위가 있는 신부의 집전이나 스님의 목탁소리만 빈소안에 가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좀 더 예전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느낀 장례식이었다.

그런점에서 가능하면 기계적이 아니라 친환경적인 정원을 만들려 노력중이다. 다른집의 정원을 참고로 하지만 복제하진 않는다. 나름대로 내 방식이 있기에 계속 연구하면서 발전시키는 중이다. 전문가가 보면 가소롭다 하겠지만 그런대로 잘된 정원이란 평가를 듣고 있다.

소나무를 옮겨 놓았지만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고 바쁜 일상이다 보니 아직 전지를 하지 못했다. 동네 '아는척' 박사가 우리집을 드나들며 사사껀껀 간섭하는데 싸구려 소나무를 가져다 놓았다고 힐란한다. 어떤게 좋은 소나무냐니 자기 밭에 심은 반송이 진짜 좋은 소나무라며 싸게 가져 가란다.

왠만하면 동네 사람들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구입해주는 게 좋지만 내가 볼 땐 그거야말로 쓰레기 수준이고 장비와 인부를 동원하면 상당한 경비가 들기에 거들떠 보는 사람이 없을텐데 강매할 요량인가 보다. 하지만 아무리 관계가 중요하더라도 필요없는걸 사들일 순 없기에 선뜻 대답하지 않았더니 심통을 부린다.

귀촌하는 것이나 집을 짓는게 무슨 범죄 행위가 아님에도 공연히 시비를 걸고 민원이 생길까봐 비굴해질 때가 종종있다. 민원이 가장 큰 스트레스이다. 비산 먼지를 비롯 소음과 공사 차량이 드나들면서 생기는 민원에 항상 긴장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게 몇번인지 모른다.

우리 삶의 각 분야에 전문가들이 있다. 어느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하고 일한 경험을 토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그 분야의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를 귀중히 여길 만 하다. 

또 적어도 그 분야 일에 관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 마땅하다. 그렇지만, 그 누가 어느 분야의 전문가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은 그 분야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비전문가는 비전문가 나름대로 그 분야에 대해 할 말이 있다. 그런데, 이런 말을 아주 우습게 보는 전문가들이 있다. 어떤 때는 아예 자기 분야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식으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막거나 내치기도 한다. 내가 건축 분야에 문외한이었을 떄 모르기에 답답하기 그지 없었고 알면서도 속고 모르고 속을 때가 많았다. 

눈뜨고도 당할 때가 많았고 그래서 메모하는 습관을 길렀고 시장조사를 부지런히 했다. 어느 곳이 저렴한가를 따져 거래처를 결정했다. 나는 인건비는 후한 편이지만 자재는 꼼꼼하게 따져 단돈 몇천원에도 거래처를 미련없이 바꾸어 버린다. 워낙 좁은 바닥이다 보니 소문이 빨라 당일 결제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아 물건을 공급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업체들이 많다. 

어느 업체에서는 커피를 좋아한다는 소문을 듣고 커피를 몇통 보내 오기도 하고, 게르마늄 팔찌를 선물하는 등 그런대로 신용면에선 인정받고 있다. 중요한 건, 이젠 어느 정도 전문적인 지식이 생겨 일방적으로 당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또한 정말 전문가가 되었어도 자존심을 내세우진 않을 생각이다. 

전문가의 횡포나 전힁이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이라는 자만심에 젖은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답답하다. 그 전문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어느 분야이든 한 전문가가 그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해낼 수도 없다. 

때로는 비전문가가 별 생각 없이 하는 말 가운데서 전문가가 배우고 깨칠 바가 있고 전문가가 비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없지 않다.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구별하는 전문성이라는 것도 절대적이지 못하다. 사람이 지닌 능력의 차이란 알고보면 별 것 아니므로 전문가라 하더라도 늘 자신을 삼가 겸손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전문가에게 자존심은 있어야 하나 자만하지는 말아야 한다.

농사만 해도 난 전문가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햇수로 10년이란 세월을 넘겼지만 아직도 버벅거릴 때가 많다. 작물을 수확할 때도 남들에 비하면 현저하게 상품성이나 수확량에서 뒤떨어지는 것을 자인할 수 밖에 없다. 일단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도 사용하지 않으며 거름도 최소한만 사용하기에 남들과 비교하는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오늘만 해도 하우스 안에서 자라는 많은 작물 중 시금치와 상추 그리고 열무를 뽑아 지인들을 불러 삼겹살로 쌈밥을 만들어 제공했고 돌아갈 때 한보따리씩 안겨 주었다. 

더이상 놔두면 벌레들의 등쌀에 남아나는 게 없을 것 같아 조기 수확하는게 상책이 아닐 수 없다. 내일부터 다시 다른 작물을 심을 생각이지만 상추만큼은 남겨 두었다.

빠른 시일내에 친구들을 불러 쌈장에 자연산 횟감을 마련하여 대접하려 준비중인데 날이 따뜻해지면 아무리 싱싱하다 할찌라도 회를 좋아하지 않을 거 같아 벌레먹은 상추가 더 맛이 있단 걸 알게 해주려 가능하면 이번 주 안에 친구들을 초대할 생각이다. 시골에 살면 이런 잔재미가 삶을 질을 높혀주는게 사실이다. 

주일밤이 깊어가는 시간이다. 완연한 봄 날씨라 낮에 꽤나 많은 땀을 흘렸다. 비닐 하우스 안이 통풍이 안되어 너무 뜨거워 한 여름 날씨지만 남들보다 먼저 농작물들을 수확한다는 즐거움이 있고, 농산물이 최고로 비싸단 아우성이 있는만큼 고생을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대파 한단이 875원이라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본데 그 가격이라면 농사꾼들은 다 굶어 죽으란 말인 것 같아 씁쓰레한 생각이 든다. 

마트에서 875원이라면 유통 과정을 몇번 거친다면 산지 가격이 200원도 안되는 가격인데 이 정도라면 농부들은 다 굶어 죽어야 할 가격이다. 나도 시장을 자주 가는 편인데 3천원 정도는 가야 겨우 농부들이 숨쉴 수 있을 거란 셍각이 든다. 초보 농부의 입장이기에 대파 한 단에 만원은 가야 하겠지만 그럼 도시 서민층이 문제가 되기에 적정 가격이 얼마쯤이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 

만약을 위해 감자를 비롯 사과 밤 복숭아 자두 대봉시 살구 매실 대추 앵두 자두 석류 등을 심어 두었다. 물론 자급은 어림없겠지만 시늉이라도 내려 심고 열심히 가꾸고 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을 과실들을 보면 내 마음이 조금 더 안정될 것이고 웰빙일 거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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