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왈 "아무일도 안하는 사람은 도적놈이다"

정삼열 | 2024.03.11 11:17
대야장에 들려 천리향 몇그루와 히야신스 등 꽃나무를 구입하여 곧장 집으로 돌아와 이틀 후면 비록 청부받은 집이지만 신축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라 오늘 내일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고 내일은 비소식이 있어 일할 수 있는 수 날이 사실상 오늘밖에 없다는 생각에 전화를 끄고 일에 몰두했다. 

난 보기와는 달리 혼자서 조용히 일하는게 편하다. 성격상 시끄러운 건 질색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집안 내역인 것 같은데, 부모님은 물론 우리 형제들도 시끄러운 사람이 없다.

남에게 싫은 소릴 못하고 아쉰 소리도 잘 못한다. 몇마디 문장이면 의사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말수가 적다. 오남매 카톡이 만들어져 있지만 형이 보내주는 동영상이나 고지 사항을 보기만할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답변조차 없다. 기껏해야 오케이, 예스 정도로 의사 표실 한다.  

우리 오남매는 어렸을 때부터 한번도 얼굴 붉히며 싸운 적이 없고 큰소릴 들어 본 적이 없다. 존대어는 아니지만 거친 용어를 들어 본 적도 없다. 부모님이 돌아 가셨을 때도 속울음을 울뿐 소리내어 울지도 못한다. 나 역시 집에서도 아직까지 큰 소리를 내 본 적이 거의 없다. 화가나면 말을 안하는 편인 데, 그건 목회에서도 마찮가지였다. 

난 교회에서 목소리 큰 사람을 가장 혐오했다. 기분이 언잖을 땐 더욱 말을 아꼈고 가능하면 속으로 삭이려 애를 썼다. 큰소리가 나온다면 그 날이 목회를 그만두던지 사임하는 날이 ㄷ힐 거라는 생각으로 살았다. 내 주변엔 목소리 큰 사람이 거의없다. 일단 목소리가 크면 거부감이 먼저 들어 기피해 버리는 습관이 생겨 사방팔방을 돌아보아도 목소리 큰사람이 없고 나는 의도적으로 가까히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이 조금이라도 침해될 것 같으면 바로 목소리를 높인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세상’이 대한민국이다. 가만히 있으면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헌법보다 높은 것이 떼법이라는 말도 나왔을 것이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은 한국 사회 대부분에서 적용되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통사고 현장에서도 놀이공원에서도 심지어는 도서관에서도 필요하면 목소리를 높인다.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둘 혹은 여럿 사이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이기고 내 이익을 챙겨야 하는데 말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영국의 시인이자 평론가인 새뮤얼 존슨은 "사람들은 자신의 논리가 빈약하다고 느낄 때 목소리를 높인다"고 말했을까. 

주변엔 내 성격과 비슷한 사람이 있다.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도 감정을 못 느끼고 무심하게 지내는 사람들이다. 화를 안내니 사람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대게는 속으로 골병이 든다. 신경성위장병,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감정이 속으로 파고들어 몸에 병을 만든다. 어떤분은 나에게 '목사님은 성격이 온순하여 신자들을 다룰줄 모른다'고 걱정할 정도였었다. 

항상 그럴 수는 없지만 때로는 교인들을 강압적으로 그리고 강한 카리스마로 교회를 이끌어야지 신자들을 그렇게 애지중지 다루면 버릇이 나뻐진다고 염려스러운 눈길을 보내시는 분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태권도 사범으로 파송받은 것이 아니고, 더군다나 교인들이 '목사'를 '목자'로 인식해 주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교인들의 기도속엔 언제나 '우리 목자'를 염려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는 데, 그렇다고 대놓고 나는 목자가 아니라고 말 할 수 없었다. 오직 목자는 한 분 주님뿐이시다. 

목사로 성공하는 것 보다는 목회자로 남고 싶다는 것이 내가 신학대학을 졸업할 때 드렸던 서원이었다. 신자들의 삶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스승이고 싶었고, 고통받는 형제들과 아픔을 나누는 그 목회의 선상에 서서 지휘하는 예술가의 가슴을 가지고 싶었다. 

그런 특이한 성격때문에 친구를 사궈도 최소한이었고 혼자 노는 법을 일찌기 터득했었던 것 같다. 혼자이기에 두렵지 않느냐는 물음에 마땅한 정답을 내기에 궁색하지만 어떤 일에 몰두하는 순간만큼은 외롭거나 슬프거나 무료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비단 이 일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건강을 주시는 동안은 일벌레 소릴 들어 볼 생각이다. 잘 살았다는 평가는 못 받아도 열심히 살았다는 소릴 듣는게 내 마지막 소원이다.

요즘들어 화려하게 산 사람이나 초라하게 산 사람의 차이가 어떠한지를 생각해 본다. 부하거나 가난하거나 한 세상 살다 '날이 저물어 오라하실 때' 소풍을 끝내고 돌아가면 그만이다. 나일 먹어가면서 느끼는 감정은 세상사 모든게 부질없다는 점이다.  

고대 이스라엘 역사에는 모두 41명의 왕들이 등장한다. 이들 중에서 가장 많은 부귀와 영화를 누렸던 왕이 솔로몬 왕이다. 솔로몬은 이스라엘 전성기의 왕으로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권세와 호사를 마음껏 누린 사람이었다. 그는 예루살렘에 성전(聖殿)을 지었을 뿐만 아니라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궁전(宮殿)도 건축했다.

그가 앉는 의자는 상아로 만들고 황금을 씌운 황금보좌였다. 또한 금방패 500개를 만들어 궁전 안에 진열했고, 왕의 식탁에는 황금 그릇만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한 인물이 후대를 위해 남겨놓은「고백록」으로 전해지는 책이 구약성경의 『전도서』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번성했던 시대의 왕으로서 아무 것도 부족한 것이 없었던 한 인간의 고백은 놀랍게도 이렇게 시작된다.

『헛되고 헛되며,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그의 말은 또 이렇게 이어진다.『보고 싶은 것을 다 보았고,누리고 싶은 즐거움을 다 누렸노라.그러나 내가 한 모든 일들을 돌이켜보니 모든 것이 결국 바람을 잡듯 헛된 것이로다.』

전도서』는 언뜻 보면 인생을 허무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다. 『전도서』는 인간 중심, 「나」 중심의 허무한 삶 가운데 참으로 헛되지 않은 영원한 가치있는 삶이 있다고 말한다.그래서 이 책은 이렇게 결론을 내 린다.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을 지킬지어다.이것이 사람의 본분이니라.』 인간에게 가치있는 삶은 창조자를 경외하고 그의 말씀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이다. 

결국 예루살렘 성전은 돌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았지만 주님께서 그 성이 무너질 걸 바라보며 눈물지었던 곳에 세워진 눈물교회(Dominus Flevit)는 무얼 상징하는 것일까? 인간의 공적은 모두 무너지게 되어 있다. 쥐꼬리만한 걸 자랑하는 사람이 가장 미련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끝은 허무이다. 

공자는 "어려서는 껄렁껄렁하고, 커서는 이룬 게 없고, 늙어서 죽지도 않는다면, 그런 걸 도적이라 하지"라고 말했다. 아무 한 일없이 장수하는 사람은 도적놈이란 말이 아니겠는가? 

남의 것을 훔치는 사람이 도적놈이 아니라 아무일도 안하는 사람이 도적놈이란 말이다. 결국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탄식을 하지 않으려면 껄렁껄렁도 문제지만 크고 작은 일을 떠나 할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장차 내 남은 시간동안 얼마만큼의 일을 할지는 장담을 못하지만, 그리고 뼈를 깍는 인내가 필요할지는 모르지만 더딘 걸음이지만 끝까지 가보려 한다. ‘마시멜로실험’이 있다. 지금 먹으면 1개를 먹을 수 있지만 5분을 기다렸다가 먹으면 2개를 먹을 수 있다고 했을 때 참지 못하고 1개를 먹고 마는 아이보다는 참았다가 2개를 먹을 수 있는 아이가 성장한 후 충동조절을 잘한다는 얘기다. 

난 가능하면 5분을 기다리면 2개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쪽에 무게를 두고 인내하고 있다. 물론 5분을 기다리면 된다는 말이 속아 넘어가 한개도 못얻은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지만 그래도 기다림에 익숙하다. 나를 속이는 사람은 특출한 사람이 아니다. 나를 대상으로 사기를 치려는 사람은 잔머릴 굴릴 필요가 없다. 그저 감정에 호소하면 금방 넘어가 버리는데 골치아프게 머릴 쓸 필요가 있겠는가? 
몰라서 속는 경우도 있고 알면서도 속아줄 때가 많다. 

그 날밤 "나와 입맟추는 자가 날 팔 자"라고 주님은 미리 예견하셨지만 속이려는 자를 측은히 여기시며 차라리 나지 않았으면 좋을자라고 말씀하셨다. 마음약한 것도 정신병의 일종이란 말이 있지만 사정하면 다 들어 줄 거라 믿어 약속을 밥먹듯하는 선후배들이 많다. 때로는 독한 마음을 품을까를 생각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악질적으로 살면 고민이 그만큼 줄어든다. 미친 개처럼 살면 건드리는 사람이 줄어든다. 반면, 착하게 살려면 심장병이 생기던지, 아님 스트레스로 수명이 짧아진다. 그래서 이젠 좀 악질적으로 오래 사는 길을 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 오고 있다. 비가 좀 내렸으면 좋겠다. 그간 심은 나무들이나 꽃씨가 발아하려면 비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해질 무렵 하우스안에서 풀을 뽑으며 도적놈 소릴 듣지 않으려면 껄렁껄렁하게 살지말고 비록 나약하지만 할 일을 만들어 부지런하게 일을 하자고 다짐했다. 껄렁껄렁하게 살진 않았지만 무기력하게 살았던 걸 만회하려면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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