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혼자서라 다행이다.

정삼열 | 2024.02.10 11:21
무슨 일을 할 때. 꼭 이익을 얻어야겠다고 아둥바둥하면 그 때부턴 고달퍼지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할 때 약간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즐거움이 따라온다.  

특히 성격이 소심한 편인 내가 귀촌하면서 내 스스로를 지켜 나가는 방법으로 선택한 일이기에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나는 사사기를 읽으면서 강열한 인상을 받았던 인물로 사사 입다를 내 생애의 모델로 삼았다. 비천한 태생이지만 탁월한 재능으로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마침내 존경받는 민족적 영웅의 서열(삼상 12:11; 히 11:32)에 오른 사람을 가리켜 ‘입지전적 인물’이라 부르는데, 입다가 바로 그 사람이다. 

무명의 창녀와 길르앗의 유지 사이에 태어난 입다는 이복형제들로부터 질투와 핍박을 받아 결국 이스라엘의 변방 ‘돕(토브:좋은 곳)’ 땅으로 도주/추방당한다(삿 11:3, 7). 사사 입다는 기생의 소생이며, 본처의 자식들과의 갈등으로 돕 땅으로 쫓겨나 잡류들과 섞여 사는 형편없는 여건속에서도 자신들을 배척했던 무리들, 특히 아픈 상처를 남겼던 배다른 형제들에게 복수하지 않고 용서해주었다. 

아픈 상처를 오래 간직하고 살면 건강에 좋지 못하다. 할일이 없다고 가만히 있으면 공허함만 밀려 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순 일이라도 활동량을 넓혀 가는중이다. 오늘만 해도 아직 꽃씨를 심을 시기가 아니지만 빈 호미질을 하며 소일거릴 했다. 늙으막에 방안에만 있다면 그것처럼 무료한 일이 어디 있을까? 나를 돕땅으로 쫓아낸 이복형제들에 대한 반감을 키우며 산다면 얼마나 불행한 삶일까? 

겨울 추위가 무섭다고 안방에 머물러 사는 사람이 나를 본다면 어리석다 할 것이고, 왜 저러나 의아해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방안에 틀어 박혀 사는 사람,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가 아닌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다. 한국에서도 '히키코모리' 현상이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 현상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대였다. 

1990년대초 일본의 경기침체가 시작되면서 더욱 급증하기 시작하여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6개월에서 심하게는 10년 넘게 외출도 하지 않고 가족과의 의사소통도 거의 없이 생활한다. 방 안에서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게임에 빠져서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우울증에 빠지거나 폭력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일본 후생성은 이러한 증상을 6개월 이상 지속하는 사람을 히키코모리로 분류한다. 다양한 상담과 체험 프로그램, 정신과 치료 등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로로 사람들과 만나고 사회를 접하며 문화를 만들어가는 시대다. 온라인이라 불리는 가상세계는 이제 현실 세계와 대등한 위치를 차지하며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직장을 다녀오면 으레 컴퓨터 앞에 앉아 자신 앞으로 온 메일을 확인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며 다양한 웹사이트들을 탐색한다. 채팅을 하거나 자신이 속한 동호회에 얼굴을 비치는 것도 일과 중 하나다. 최신 게임을 즐기거나 각종 플래시, 뮤직비디오 감상 등으로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는데, 가상세계에 지나치게 빠진 나머지 현실세계의 생활에 싫증을 내고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가상세계 속에서는 익명으로 살아가며 모든 것을 누리고 즐길 수 있는데, 현실세계에서 내가 이룰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평범한 학생·직장인이지만 집에만 오면 방에 틀어박혀 좀처럼 나오지 않는 사람들.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갈 때만 방문을 열고 모습을 비칠 뿐 모든 것이 귀찮은 듯 방안에서만 생활한다.

여름 휴가철 산과 들로 떠나는 사람들과 대조적으로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방콕족’을 능가하는 이들은, 평소에도 밖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만 생활한다. 심지어 모든 활동을 귀찮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요즘 말로 ‘귀차니즘’에 빠졌다고 한다. 귀차니즘이란 ‘귀찮다’는 말에 주장이나 사상을 뜻하는 영어의 ‘-ism’을 붙인 것이다. 

이렇게 귀차니즘에 빠진 사람들을 ‘귀차니스트’라고 부른다. 10여년전 부터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히키코모리 증세와 유사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친구가 한 명도 없고 가족간의 대화도 없으며 혼자서 식사하는 은둔형 외톨이가 전체 조사 대상자가 급증했다.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는 일본어로 '방에 틀어박히다', '뒤로 물러나다'라는 의미로, 방에만 쳐 박혀 외부와 단절되어 사는 사람을 말하는데, 나는 가능하면 방안에 갇혀 살지 않으려 일부러 라도 일을 만든다. 먹을만한 것이 있을리 만무하지만 하루에 냉장고를 몇번씩은 열어 보려고 노력중이다. 안먹어도 나중에 개를 주는 한이 있더라도 무엇인가를 채워 놓으려 노력한다. 

내가 귀촌하여 한해도 빠짐없이 텃밭에 채소와 과일을 심는 이유도 먹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내 입으로 들어 가는 건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해마다 꽤나 많은 옥수수를 수확했지만 한개도 먹어보질 못했다. 그래도 열심히 심고 가꾼다. 오이 가지 토마토 고추 등 많은 작물을 심지만 새싹이 나오는 신비로움을 체험하면 이미 소유권은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 간다. 

사람을 사귀는 것도 누구나에게 마음을 열지는 않지만 가능하면 한번 맺어진 인연은 소중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진정성을 부여한다. 불가 용어에 보면 "시절인연(時節因緣)"이란 말이 있는데,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뜻이다. 사람이나 일, 물건과의 만남도, 또한 깨달음과의 만남도 그 때가 있는 법이다. 

얼마 전 갑자기 ‘사람은 한 평생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살다가 일생을 마치는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갑자기 오밤중에 아무에게나 물어볼 수는 없는 법이라 인터넷을 검색했다. 검색도 쉽지 않았지만, 한 미국인 학자가 이야기 했다는 ‘친한 것을 기준으로 한해 12명, 평생 250명을 사귄다’는 이야기를 봤다. 

어떤 학자는 한사람이 평생 만나는 사람 수는 평균 1만7500명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된다. 그렇다면 결코 짧지 않은 인생을 산 나는 과연 몇 명이나 만났을까? 지금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의 수는 얼마나 될까? 학교 다닐 때 한반에 70명, 1년으로 따지면 100~200명 정도일 것이고, 60년 기준으로 본다면 6000명 정도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스쳐 지나가는 만남이었기에 그 중에 90% 이상은 이름조차 기억하질 못한다. 현재 내 휴대폰 전화번호에 몇 명이 입력돼있을까? 한 200명 정도? 하루를 기준으로하면, 통화하고 대화하고 다 따져봐도 10명이 넘질 않는다. 어떤 날은 전화 통화를 한번도 안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도 큰 딸 작은딸의 안부전화, 그리고 누이가 밥먹자는 전화외엔 한통화도 못했다. 

한편, 아예 02로 시작하는 전화나 063, 031, 070 전화는 받질 않는다. 보험회사 전화이던지, 은행 대출 전화, 상조회사, 건강식품 전화, 요즘은 태양광 설치를 강요하는 전화 등 불필요한 전화가 대부분이다. 얼마나 집요한지 여자 목소리만 들리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그냥 전화를 오프시키면 간단한 일이지만 정중히 사양하려 해도 막무가내로 자기 이야기만 늘어 놓는다. 그래서 하얀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지금 운전중인데요!" 

나에게 전활하는 사람의 면모를 보면 열명을 넘지 않는다. 아는 사람은 많아도 깊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의미다. 아마도 시간이 갈 수록 더 고립무원(孤立無援)이 될 가능성이 많다. 요즘 스마트폰과 SNS 발달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근황과 정보들을 공유하고 전달하는데 유익한 점이 많다. 과거에는 알지 못했거나 알았더라도 소원해졌을 사람들과도 실시간 연결되고 교류하게 되었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도 친구가 된다.

그런데 친구들의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등을 들여다보면 무척이나 부러운 면이 많다. 멋진 레스토랑에서의 맛있는 음식, 유럽이나 캐나다, 남미 휴양지에서의 휴가, 따라 하고 싶은 취미생활,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리더의 모습 등등 어쩌면 모두들 그리 잘 살고 있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죽는다.

모두 행복한 삶을 살고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데 나만 깡촌에서 이렇게 고생하는가 하는 생각과 나만 힘든 것 같아 우울감도 느낄 정도이다. 부러움의 단계를 지나 자신의 삶이 한 없이 위축되고 초라해 보이고 열등감이 들게까지 한다. 

SNS의 유익함에 반비례하는 면이 틀림 없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과연 그들의 삶이 보이는 것처럼 행복과 기쁨으로 충만해 있을까? 

물론 아닐 것이다. 그들 중엔 가면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고, 자신의 가장 행복한 모습이나 성공한 모습만을 다른 이들에게 보이길 원해서 SNS를 이용하는 이들도 많다고 본다. 그래서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만 보고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만남을 가능한한 더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 것마저 내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다. 아무리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혹은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시절인연이 맞지 않으면 바로 옆에 두고도 만날 수 없고 손에 넣을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솔로몬은 전도서에서 범사에 때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게 아닌가? 사람은 세상을 살면서 만나고 싶지 않아도, 갖고 싶지 않아도, 시절의 때를 만나면 기어코 만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헤어짐도 마찬가지다. 헤어지는 것은 인연이 딱 거기까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이든 재물이든 내 품 안에, 내 손아귀 안에서 영원히 머무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늘 카톡을 보다가 은퇴목사들의 방을 탈퇴했더니 다시 초청하는 등 난리를 편다. 한결같이 수구 골통같은 소리만 지껄이는데 디오르 백을 받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몰카 카메라를 들여댄 최목사는 용공분자 북한 사주를 받는자로 대한민국 교회들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선동하는 분위기에 더이상 나를 노출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여러번 망설이다가 탈퇴를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사람마다 사상의 자유가 있는 법이고 의견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의 생각이 편향적이지 않은지 정도는 한번쯤 생각해 보는게 순리일텐데 너무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차라리 안듣고 안보는 것이 유익하겠다는 생각에서 아홉명의 이름을 지워 버려야겠다고 생각하고 탈퇴를 했다. 

어차피 같은 시기에 함께 은퇴한 공통분모가 있고 동병상련의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두한을 찬양하고 독재를 옹호하는 틀딱들의 막무가내들과 계속 교류를 한다면 내 정신건강에 큰 손해가 될 거라는 생각에 전화번호를 꺼내 모두를 차단해 버렸다. 

나는 강요를 못견뎌하는 체질인가 보다. 나하고 사상이 다를 수가 있고 견해차가 있을 순 있지만 자신의 경험과 사상을 강요하는 것엔 긴 인내심을 갖지 못한다. 머지 않아 동기회 단톡방도 탈퇴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거의 뉴라이트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분위기를 주도한다. 일본 강점기가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근대화가 되었다는 말을 계속 들어야 하는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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