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날씨와 노인들의 건강은 믿을 수 없다.

정삼열 | 2024.01.03 09:18
밭농사를 짓던 곳을 마사토로 매립하고 어느날 갑짜기 나무가 들어오니 동네 사람들이 어리둥절한가 보다. 대게는 집을 짓고 조경을 하는 데, 나무가 먼저 들어오니 이상한가 보다.

하지만 지금이 나무 심을 최적기이기에 순서를 바꾸었을뿐이고 이미 구상해 놓은 설계도대로 진행하기에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동네 사람들은 시골생활이 처음은 아닌걸 감각적으로 알았는지 관심을 보인다. 소나무 한그루에 얼마쯤 하느냐고 묻기도 하고 대단한 정원을 꾸밀 거라 생각해서인지 뒷말이 무성하다. 가능하면 과거의 흔적을 지우려하는 데, 센스가 없는 현장소장이 대단한 일을 할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나는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소나무 농장에서 카크레인으로 미리 캐놓은 나무를 상차하는 동안 인부들에게 가지 하나라도 잘라 먹으면 오늘 일당은 없다고 엄포를 놓고 나무를 옮기는 일은 대충해서는 않될 일이라고 주지시켰다. 제대로 분을 떠야 생존율이 높아진다. 특히 소나무는 까다롭기에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그간 정원을 디자인하면서 무수히 나무를 옮겨 심었지만 뿌리가 내리기전에 고사하는 걸 목격했기에 옮기는 일만큼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 간구되어야 한다. 교회를 상습적으로 옮겨 다니는 철새교인이 있다. 나는 내가 성장시키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 땐 가차없이 이명증명서를 써주었다. 나보다 은사가 뛰어난 분이 가르치면 더 성장할 것이라고 믿고 그리했던 것 같다. 지협적으로 보면 우리 교인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주님의 교인들인 데, 다른 곳에 가서라도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도록 축복하면서 보낸 경우가 몇번 있었다. 하지만 다른 곳에 가서 제대로 자란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아예 교회밖으로 나가 신앙생활을 못하는 걸 보며 가슴이 아프다.      

이미 내 구상속에 어떤 정원을 만들지 입력되어 있기에 대충 심는 것 같아도 디자인이 다 되어 있는 걸 알기에 소장을 비롯 인부들은 아무 말이 없다. 몇해동안 함께 일하다 보니 내 성격이나 스타일, 그리고 내 능력을 인정하는 눈치이다, 인부들은 지붕 트러스를 만들면서 힐긋 힐긋 내 행동을 살핀다. 자신들이 급한일을 마치면 대신하겠다는데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려도 내가 직접 심을 생각이다. 

요즘 시외곽에 집을 짖고 텃밭을 일구며 사는 귀촌인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회색도시에 지친 현대인들의 로망이 전원주택이라고 했던가? 나를 비롯해 경험이 전무한 도시인들이 시골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다. 해도 해도 끝이없는 시골 일에 진저리를 내는 사람들도 많지만 시골 생활이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라 해도 그런대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곳이고 흙속에 묻혀 사는 생활이 고독감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도시 생활보다 더 여유롭게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귀촌생활 시작은 마음들뜬 기분이라 처음 1년은 정말 열중이다. 복잡한 도심생활에 지쳐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시골에 터잡고 집지어 아기 자기 텃밭도 가꾸며 마음과 몸을 쉬어보려는 맘 누구나 같은 생각일 것이지만 주변에 정착하려 안간힘을 쏟는 사람들의 귀촌생활을 들여다 보면 꿈을 이룬후 1~2년동안은 정말 열심이지만 점차 로망이 사라지는 걸 볼 수 있다.

조경도 잔디도, 이것 저것 가꾸는 재미도 느끼고 하지만 1년차를 넘겨 2년차가 되면 자신에 대한 정체성에 혼선이 생기면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꾸준한 소일거리 등 시골에서의 지속성 있는 소일거리를 만들지 못함과 본인외 가족 전체가 즐기고 재미를 느낄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꼭 필요하다는 걸 느끼보곤 한다.

귀농 귀촌해서 제2의 삶을 살겠다는 야무진 포부와 계획을 가진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를 일단은 환영한다. 귀농 귀촌해서 잘 살겠다는 그 희망과 의지를 탓할 수는 없다. '그림같은 집을 초원 위에 짓고... 유행가사 같은 전원생활을 꿈꾸는 것도 환영한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과연 촌(농촌, 산천)에서 농사 지어 돈을 벌어서 그림같은 집 즉 전원주택을 짓고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느냐의 확률을 따지면?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 수밖에 없다. 귀농한 뒤의 전원생활이란 개념이 동일시하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귀농은 말 그래도 농사 지어서 돈을 버는 거다. 

전원생활은 돈이 충분해야만 가능한 생활이다. 즉 농사 짓지 않아도 전원생활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촌구석으로 들어 가 돈을 벌겠다. 더 나아가 그림같은 집 안에서 행복하게 살겠다는 야무진 희망과 꿈은 그 누구도 꿀 수 있다. 

그런데 실현가능성은? 내 대답을 글쎄다. 나는 귀농과 귀촌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르다는 걸 깨닫는 데는 별로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 1~2천에 불과했던 귀농·귀촌 가구가 2010년대 들어서 빠르게 늘어나 2020년에는 44,586가구(세대원 80,855명)로 확대됐다. 그만큼 땅을 딛고 살고 싶고, 도시생활에 지치고,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싶은, 시골 생활을 통해 안빈낙도ㆍ힐링의 삶을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은퇴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이 인생 2모작을 위해 귀농ㆍ귀촌을 하는 경우가 많다.귀농 귀촌인의 가파른 증가 원인은 세대별·지역별로 조금 다르다. 50대 이상 장년층의 경우는 은퇴 후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목적이 강한 반면, 40대 이하 젊은 층은 대부분 교육비나 주거비 등을 절감하고 도시의 일자리 부족, 실직불안에서 벗어나려는 경제적 이유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50대 이후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시점에서 귀농ㆍ귀촌을 시작한 이들은 육체적 힘이 필요한 '중노동'인 농삿일에 적응하기가 어려워 억대 농부의 꿈은 이루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농촌은 자녀 교육을 비롯해 문화ㆍ상업ㆍ종교ㆍ의료 등 생활편의시설이 멀리 떨어져 있어 문 밖에 나가면 무엇이든 구할 수 있는 도시 생활에 익숙한 이들이 쉽게 적응하기 어렵다.

우리 집 바로 곁에 양로당이 있지만 한번도 기웃거리질 않았다. 중늙은이에 불과한 내가 갈만한 곳이 못되며 할머니들이 장악(?)하고 있어 금남의 집이 된지 오래다. 물론 꼭 양로당에 가겠다면 시비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할머니들이 할아버지들을 똥친 막대기 취급을 하니 아예 얼씬거리질 않는다. 발냄세나지, 아무데서나 방귀 뿡뿡뀌니 좋아할리 만무하다.

그 놈의 방귀만 안꿔도 이런 찬밥 신세는 안당할텐 데, 나일 먹으면 괄약근(括約筋), 좀 유식하게 말하면 오무림살이 제대로 작동이 안되어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는 생리작용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다. 언젠가 여자는 방귀를 안뀌냐는 문제로 옥신각신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보통 건강한 사람의 경우 평균적으로는 어른은 보통 하루에 합계 0.5~1.5 리터의 방귀를 5번에서 20번에 걸쳐 뿜어낸다. 방귀를 없앨 수는 없나? 내 경험으로 볼 때 그런 방법은 없다. 나오는 게 정상이다. 나오는 방귀를 참는 것은 생리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건강에도 안 좋다. 본인이 의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방귀가 안 나오는 경우는 없다. 

다만 결장암, 직장암 등으로 장이 완전히 막히는 경우 안 나올 수 있지만 그 정도로 암이 진행됐다면 심각한 복통 등이 발생해 당장 응급실로 실려 갈 것이기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하루 스무번은 방귀를 뀐다고 보면 틀림없다. 문제는 때와 장소를 안가리는 것이 문제일뿐이다. 

오늘 젊은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교회가 부채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단 소린 들었지만 사모님은 진즉 알바를 하고 있었지만 근래엔 목사님 자신도 일용잡부로 노가다를 하고 있단 말에 마음이 아팠다. 가난은 나랏님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어쩌다가 교회가 극과 극으로 치닫는가. 정식 철학박사 학위를 가진 교단 인재인데 노가다가 왠 말인가?

작은 교회의 실상이 안알려져서 그렇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이다. 아예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몸서리치는 이 땅의 젊은 사역자들을 이대로 방관하고 있을 때인가? 지금이 사람 눈에 잘 안띄는 필리핀 베트남에 가서 골프를 칠 때인가? 젊은 사역자들을 공사장으로 내몰지 말았으면 좋겠다. 

총회비 20%만 절약하면 1000명에게 매월 200만원씩 줄 수 있다. 필요없는 회의를 안하면 재원은 충분하다. 어쩌다 본부에 가보면 무슨 회의가 그리 많은지 도떼기 시장이다. 대게 살만한 사람들이 정치하니 회의비 안받아도 될만한 분들인데 부수입이 쏠쏠한가 보다. 몇일동안 노가다를 다녀보니 입에서 거품이 나올 지경이라며 내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단다. 물론 나는 절박한 심정으로 노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젊은 목회자를 노동 현장으로 내몰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심으로 목회만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기도해 주어야겠다. 

오전엔 날씨가 좋더니 오후들어 비바람이 몰아치며 영하권으로 급격히 날씨가 변덕을 부렸다. 이런날 용접을 하는 건 무리다 싶어 일을 중단시키고 소나무 전지작업을 지시했다. 대충하는 것 같아도 이젠 곧잘 따라서 한다. 날씨가 안좋으면 그날 일당이 커진다. 그래도 함께 한다는 인연이 소중하기에 일이만원씩 더 주는 것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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