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d brain'

정삼열 | 2023.12.28 11:30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미숙하게 살고 있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가 내 삶의 무게가 되어 그것을 감당하게 하였습니다. 인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를 성숙시킨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세상을 바로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정용철의 ‘마음이 쉬는 의자’ 중에서 '마음의 짐'이라는 글그렇다. 짐이 없으면 가벼워 한결 편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내 등에 있는 짐 때문에 늘 조심하면서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같은 것이 생긴다. 그러고 보면 나를 짖누르는 내 등의 짐은 나를 바르게 살도록 한 귀한 선물이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사랑을 몰랐을 것이고,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로 남의 고통을 느꼈고 이를 통해 사랑과 용서도 알았다. 내 지난날을 반추해 보면 목회가 짐이되었고, 내 가족들이 나에게 짐이 되었다. 젊어서 여행을 떠날 때에도 늘 병상에 계신 어머니가 짐이 되었고, 온통 세상이 나에게 무거운 짐이었다.

행여 여행중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항상 짓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뒤에 내 등의 짐은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 준 귀한 선물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만약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겸손과 소박함의 기쁨을 몰랐을 것이다. 

물살이 센 냇물을 건널 때는 등에 짐이 있어야 물에 휩쓸리지 않고, 화물차가 언덕을 오를 때는 짐을 실어야 헛바퀴가 돌지 않듯이 내 등의 짐이 나를 불의와 안일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였으며, 삶의 고개 하나 하나를 넘을 때 오히려 나를 지탱해 주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요즘 하늘을 바라보면 기러기 등 철새들이 북쪽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장관이다. 금강변이 가까워 철새들의 군무를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쉽게 볼 수 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아 가보질 못할뿐이다. 요즘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진다. 계절을 따라 어김없이 찾아오는 새들을 보면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교육되고 학습되어진게 아닐텐데 어쩜 저리 정확하게 찾아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이 떠나야 할 시기를 알고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예단하는 능력은 인간보다 훨씬 탁월하다. 흔히 '새대가리' '닭대가리'란 말은 기억력이 좋지 않거나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사람을 놀릴 때 흔히 쓰는 단어다. 이 표현은 조류의 뇌용량이 사람보다 작아 제대로 사고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유래된 듯하다. 

공교롭게도 영어권 역시 'bird brain'(새의 뇌)이라는 단어를 우리나라와 같이 아둔한 사람을 가리키는 데 사용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조류의 지능이 인간의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흔히 닭대가리, 군계일학 같은 말 때문에 닭을 평범한 동물로 인식하기 쉬운데, 시골집에서 닭키우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닭처럼 지조있고, 때론 비정하리만큼 단호하며, 용감한 동물도 없다고 한다. 

머리 나쁜 사람을 놀리거나 조롱할 때 속되게 말하는 ‘닭대가리’ ‘새대가리’라는 표현에 조류들은 실로 유감이다. 기억력이 좋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인데, IQ가 16정도, 사람 평균의 8분의 1밖에 안 되니 그럴 만도 하다. 조류 뇌 구조는 인간 뇌와 유사할 정도로 복잡하다. 기초 신경중추도 잘 발달돼 있다. 즉 고유의 지능을 갖고 있다. 

실제 닭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해 보면 닭도 까마귀나 앵무새 못지않게 똑똑한 동물이다. 인간들이 만든 획일적 기준으로 동물지능을 측정하다 보니 사람 두뇌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수준의 ‘바보 동물’로 억울하게 낙인찍힌다. 새들의 지능은 뛰어나다. 예컨대 북아메리카 잣까마귀는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흰나무껍질소나무 씨앗을 주변 곳곳에 파묻고, 봄이 오면 씨앗이 묻힌 장소를 대부분 찾아낸다고 한다. 

캘리포니아대 동물행동학자 피터 말러(Peter Marler)는 “작은 뇌를 가진 새들도 유인원 정도의 의식 수준에 견줄 만한 행동을 한다”고 말했다. 문득 떠오르는 마르크스의 말, “역사는 두 번 되풀이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인간의 머리가 ‘닭대가리’보다 그리 나아 보이지 않아서 떨떠름하다. 

바로 옆집은 칠면조를 비롯해 꽃닭과 토종닭을 키우고 있다. 숫탉은 새벽 3시 50분이면 어김없이 울어대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나지만 귀찮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닭이 일찍 일어나는 것은 뇌하수체에 있는 멜라토닌이란 호르몬 때문이라는 데, 밤 동안 분비가 많아졌다가 동 틀 무렵 빛을 받으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닭을 자극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므로 하지 이후부터 첫 닭 우는 시간은 정확히 하루 2분씩 늦어진다고 한다. 새벽닭의 울음 소릴 특별한 날이 아니면 꼭 듣는 데, 새벽예배 가라는 소리로 들린다.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교회가 걸어서 내 걸음으론 20분은 걸리기에 선뜻 나설 수 없지만 하여간 잠자는 내 영혼을 깨우는 소리라고 생각이 들 때가 종종있다.

나를 닭대가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좀 영리하게 살라고 충고하지만 아직은 교활하게 살고 싶진 않다.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봉사하는 즐거움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 우즈백 인부가 서툰 한국말로 '사장님은 알라신이 보낸 예언자'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여 한동안 생각에 잠겨 보았다.

자신들에게 잘해 주니 그런 말을 할 거라고 짐작은 해보지만 사실 부끄러움이 앞서는 건 정작 내 자신은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데 과대 평가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푼수 소릴 듣는한이 있더라도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아야 하는게 아닌가?

내 핸드폰에 앱을 깔아 무슬림들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인가를 확인해 보려고 앱을 깔아 달라고 부탁했다. 계란 빵은 되는데 초코파이는 안되니 깨알같은 글씨로 상품 소개를 해놓아 돼지 기름이 들어갔는지를 어찌 알 수가 있겠는가? 저들의 교리가 까다롭긴 하지만 가능하면 지켜 주려고 배려해 준게 알라의 예언자로 신분이 상승한 모양이다. 

음식점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저들의 교리를 탓할 순 없기에 식당 주인에게 미리 저간의 사정을 알리고 협조를 부탁하는 정도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고, 알라의 예언자는 커녕 고용주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소양인데 이런 찬사를 받는게 잘된일이 아닐 것이다. 어깨를 두둘겨 주었다. 음식도 그렇지만 문화의 차이, 종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달러를 벌기 위해 애쓰는 인부들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농장에 가서 반송 20그루와 커다란 매실나무 모과나무 감나무 대추나무 등을 분을 뜨고 현장으로 옮겨왔다. 내 농장엔 많은 나무들이 있지만 언젠가 내 집을 지을 때 사용하려고 숨겨 놓았던 나무들이라 가지 하나라도 찢어지지 않도록 일부러 5톤 추럭 두대를 불러 조심스럽게 운반해 왔다. 포크레인 기사에게도 나무가 상하면 장비대금을 주지 않을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하루면 끝날 분량이지만 일부러 많은 경비가 들어 가더라도 최상의 위치에 심으려 내일 맑은 정신으로 작업을 하려고 남겨 두었고, 전지작업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하려고 일주일이란 계획을 잡아 놓았다. 드디어 40일만에 건축허가가 떨어져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되는데 조경하고 맟서 내 몸이 더 바뻐질 것 같다. 

최소한 1월 중순까지 공사를 마치고 이사하려면 20일 동안은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한 강행할 생각이다. 아예 오픈하우스 날짜를 특정해 놓으려 마음먹었다. 그래야 느슨해지려는 생각을 고쳐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일 시골집 매매 계약서를 쓰는데 아예 1월 세째주 토요일 이사 날짜를 잡았다. 

그러고 보니, 이번엔 6개월도 못살고 또 이사하게 생겼다. 귀촌 12년동안 열두번 이사를 했으니 평균 일년을 산 셈인데, 이러니 동양익스프러스에서 나를 VIP 취급하는게 당연지사이다. 이삿짐 센타에서 가격을 깍아줄 판이니 내 방랑벽이 심하긴 심했던 것 같다. 초창기엔 자본금이 없어 집이 팔리면 이삿짐 샌타에 집을 맡겨놓고 여관생활을 하면서 건축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닌대도 습관이 된 거 같아 씁쓰레한 생각이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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