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손해도 컸지만 얻은 것이 더 많다.

정삼열 | 2023.12.03 11:16
나는 20세기 중반에 태어나 21세기를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이팔청춘이란 생각을 버려 본적이 없는데, 근래 내가 자주 듣는 말중에 하나가 '어르신'이란 말이다.

븐명히 말하지만 나는 다 늙어 폐기처분할 나이라고 믿질 않는다. 사람마다의 관점이 모두 다르다. 어떤 이는  나이가 들수록 퇴보한다고 믿는 경우도 있고, 어떤 이는 관록이 붙어 더 영민해진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모두 옳다. 전자를 믿는 사람은 꼰대가 되고, 후자를 믿는 사람은 능력자가 되어 후배들의 존경을 받을 것이다. 다만 뇌과학은 꾸준히 사용하는 뇌는 나이와 상관없이 발달한다는 것을 증거한다. 새로운 지식으로 자신을 채우지 않으면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며 자신의 지신의 지식수준이 높다는 착각에 빠지고 남을 가르치려들게 된다.  

자기도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가 따라왔던 질서를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이 소위 말하는 꼰대다. 경청(敬聽)의 뜻은 존경심을 가지고 진지한 눈빛과 진심으로 마음을 실어서 상대방의 말을 왕이 말씀하시듯이 잘 듣겠다는 의미이다. 

미래학자인 톰 피터스는 "20세기가 말하는 사람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경청하는 리더의 시대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의 저자인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과 성공하지 못한 사람의 대화 습관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단 하나만 들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경청하는 습관'을 들 것이다"고 말했다.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은 물론이며, 그 내면에 깔려 있는 동기(動機)나 정서에 귀를 기울여 듣고 이해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feedback)하여 주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한 기법이다. 

세상엔 감출 수 없는 두가지가 있다고 한다. '재채기'와 '바람난 과부의 마음'은 좀처럼 감출 수가 없다는 데, 생리적인 현상이고 원초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리라. 아굴의 잠언에 보면 "곧 공중에 날아다니는 독수리의 자취와, 반석 위로 기어다니는 뱀의 자취와, 바다로 지나다니는 배의 자취와, 남자가 여자와 함께한 자취며 음녀의 자취도 그러하니라. 그가 먹고 그 입을 씻음같이 말하기를 내가 악을 행치 아니하였다 하느니라(잠언 30:19~20절)"는 말씀이 나온다.  

감출 수 없는 것과 들어나지 않는 것도 있다는 말이다. 성형술이 발전하여 얼굴의 흉터와 잡티는 수술이나 효능 좋은 화장품으로 가려지고, 작은 키와 몸무게는 키 높이 구두와 거짓말로 대충 감출 수 있지만 사람의 인격이나 인간성도 아무리 숨기려 해도 이내 드러나기 마련이다. 

얼마전부터 '스마일마스크증후군(Smile Mask Syndrome)'이란 말이 회자되었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은 울고 있는 '숨겨진 우울증'이다. 정도가 심하면 자살까지 시도하게 되며, 인간의 기본적 욕구의 감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업무 혹은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와 억압으로 인해 발생한다. 주로 연예인,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세일즈맨, 직장인들에게 나타나는 가면성 우울증이다.  

가면 우울증(假面憂鬱症: Masked depression)이란 우울한 기분이 마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겉으로 별로 드러나지 않는 우울증을 말한다. 표면적으로는 우울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밑바탕의 원인이나 역동은 일반 우울증과 같으므로 가면 우울증이라고 한다. 가면 우울증은 우울감과 무력감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식욕 부진, 가슴 두근거림, 피로감 따위의 신체화 증상이나 지나친 명랑함, 약물ㆍ알콜중독, 도박, 행동과잉, 가성치매 등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업무 혹은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와 억압으로 인해 발생한다. 가면 우울증(假面憂鬱症: Masked depression)이란 우울한 기분이 마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겉으로 별로 드러나지 않는 우울증을 말한다. 표면적으로는 우울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밑바탕의 원인이나 역동은 일반 우울증과 같으므로 가면 우울증이라고 한다.  

나 역시 수많은 경험을 했지만 감정노동자는 이 '스마일마스크증후군(Smile Mask Syndrome)'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배우가 연기를 하듯 본 마음을 숨긴 채 만면에 웃음을 짓는 등 직업이 필요로 하는 얼굴 표정과 몸짓을 해야 한다. 감정노동자는 컵라면 상무, 땅콩 부사장, 빵 회장은 물론 최근의 '무릎 꿇어 호통녀'에 이르기까지 모든 갑질 사건에 피해자로 등장한다. 

이들이 숨긴 속마음은 어떤 모습일까.  감정노동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회학자 '앨리 럭셀 혹실드'는 "감정을 파는 대신 죽음을 사고 있다"고 극단적으로 묘사한다. 그래서인지 정부가 감정노동자의 ‘적응 장애’와 ‘우울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관련 법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겉으론 웃고, 뒤에선 눈물을 훔치는 감정적 부조화 때문에 생기는 정신질환인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을 산업재해로 봤다는 말이다. 

그 전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만 인정했다. 늦게나마 감정노동에 대한 법적 장치가 갖춰져 다행이지만 감정노동자의 감정도 노동 재화로 보는게 요즘 추세이다. 나는 '스마일마스크증후군에 가장 민감한 직종의 하나가 '목사'라고 진즉부터 생각해 왔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그 안엔 우울(憂鬱)을 가진 사람을 수없이 보아왔다. 

근심 우(憂) 답답할 울(鬱)이 병을 만들어내는 걸 한두번 본게 아니다. 아마도 부모의 심정도 이러할 것이다. 나도 그랬었다. 표정 관리하느라 무던 애를 썼다. 기분이 나뻐도 웃어야 했다. 부부 싸움을 했어도 강단에 올라가면 천사처럼 굴었다. 사례비를 가지고 장난을 쳐도 이미 그런 건 초월했다는 듯 미소를 날리며 성자라도 된 척했다.  

내 안에 미움이 자라고 있었지만 절대 겉으로 들어내는 법이 없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가면우울증(假面憂鬱症)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현대인이 겪게 되는 각종 증후군(Syndrome)들은 바쁜 사회 속에 적응하면서 나타나게 된 ‘마음의 병’이다. 남에게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과 조금 다른 삶을 살게 되면 패배자가 될 것이라는 공포가 계속 사람들을 떠밀고 있다.  

각자의 개성이 존중되고 모두의 재능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된다면 이런 증후군들에 덜 시달려도 되겠지만 다친 마음을 치료하지 않고 계속 중압감에 시달리다 보니 나중엔 우울증으로 발전하여 사회문제를 야기(惹起)시킨다. 나는 딸들을 만나면 억지 미소를 짓는다. 아무리 힘든 일을 하고 있어도 애들에게 짐이될까봐 일부러 아빠의 건재함을 들어내려 한다. 

물론 사려 깊은 애들이기에 '아빠의 뻥'을 눈감아주려 애쓰는 게 눈에 보인다. 나는 정말 친한 관계가 아니면 속내를 들어내지 않는다. 어찌보면 나같은 성격이야말로 스마일마스크증후군(smile mask syndrome)에 걸릴 확률이 높다. 웃고있어도 울 때가 더 많다.  

충청도 사람 기질이 '괜찮아유!' 할 때 정말 괜찮을 거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벙어리도 날수 가는줄은 안다고 말을 하지 않아도 자기 생각은 있기 마련이다. 느긋한 것같으면서도 결코 녹록지 않은 충청도 사람의 기질을 빗댄 우스개가 많다. 서울 사람이 충청도 시골의 좁은 길을 차로 달리다 경운기에 막혔다. 급한 마음에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렸다. 경운기를 멈춰세운 아저씨가 하는 말. “그리 급하믄 어제 오지 그랬슈.” 

속내를 들어내지 않는 사람을 흔히 우리는 음흉하다고 하지만 음흉해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무데서나 '자기'를 들어내는 일은 상대방을 대하는 예의와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학습해왔기에 좀처럼 내 속마음을 들어내지 않는다. 그러니 나를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속이 터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내 아내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할 말 못할 말 모두 쏟아놓고 수습불가하여 불상사를 만드는 것보다 좀 답답해도 내가 살아온 방식대로 살기로 했다. 좀 비위에 안맟아도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안짓고 가능하면 얼굴 찡그리지 않고 살려 작심했다. 그러다보니 '스마일마스크증후군(Smile Mask Syndrome)'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언젠가는 대문앞에 가면우울증(假面憂鬱症)을 가진 사람들은 출입금지 한다는 팻말을 써붙힐까를 생각했다. 겉으로는 경건하고 젊잖은척하는 사람, 겉으로는 웃지만 안엔 우울성 기질이 있는 사람을 가까히 하면 언제 폭력적으로 변할지. 집에 불을 지를지도 모를 일이기에 일단 조심하는게 좋을듯 싶다.

예배를 마치자 마자 현장이 있는 여산으로 내달렸다. 현장에서 9시에 나와 겨우 예배 시간을 맟추었으니 거의 두시간 정도 걸린 거 같다. 이번주까지만 부지런히 마치고 손을 때려 마음먹었는데 거절할 수 없는 관계라 부득히한 면도 있지만 올핸 이상하리만큼 손해보는 일만 생기는 것 같아 약간 짜증이 난다. 

군산에서 시작하여 쌍릉, 여산까지 제대로 된 노임을 받아 본적이 없었지만 내 인생이 흔들릴 정도는 아닌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오히려 癌이 더이상 재발하지 않았다는 내시경, 조직검사 결과가 만족스럽고, 배추 한포기 수확을 못했지만 김장김치도 넉넉하게 장만했고 오늘 사모님이 햇반 한상자를 실어주며 굶지 말라고 격려해 주신 것도 감사할만한 일이다. 전체적으로 개털은 아니었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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