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봄내골 라이언 유일병 구하기 ③

비풍초 | 2014.05.13 00:48

(단편소설) 봄내골 라이언 유일병 구하기

 

일내줘거사는 라이언 유일병을 구하기 위해서 보다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기로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놓아야만 했다. 총교당 간부회의 가지고는 역부족이니 헌연위국을 동원하여 선관위국을 공격하기로 했다. 선관위국의 땅끝마을의 금명처사만 찍어낼 수 있다면 제108년차 총회합선거는 식은죽 먹기인데 금명처사 하나를 당해낼 재주와 인재가 없는 것이 신촌골의 고민이었다.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 일내줘거사는 주판을 튕기어 보니 신촌골 8인회와 붙는 것이 곧 살 길이라는 점괘가 나와서 행동에 돌입했다. 신촌골에 충성하자. 고육지책, 내 자신을 희생하므로 목적을 이루면 확실하게 내 충성을 보이는 것이 되겠지... 일내줘거사는 일필휘지로 갈겨 쓰기 시작했다.

 

“1981년도 총교당 회의록은 엉터리요. 같이 낙방한 송림교당의 김거사와 남대존교당의 유거사는 분명 과거급제 했으나 기록이 누락된 것이 확실하니 앞으로 이일은 금등지사로 불문에 부치고 이를 발설하거나 재론하는 자는 그 누구라도 봐주지 않고 엄벌에 처할 것임을 선포하노라.”

 

일내줘거사는 이 문건을 신촌골의 명령 하달없이 자신이 주도적으로 라이언 유일병에게 전달했다. 일내줘거사가 보신탕집 주방장 개장수를 만난 후에 한 가지 신공을 습득했으니 그것은 바로 인장찍기 신공이었다. 아무 때나, 어디에나, 어디서나 생각만 나면 바로바로 직인을 찍어서 힘을 과시하는 무공이었다. 물론 라이언 유일병에게 전해준 이 문건에도 교당의 직인을 찍어서 보냈다.

 

일내줘거사의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 문건을 확보한 봄내골 라이언 유일병은 강남 윤성거사와 기수단장의 유지재당 입성 기대에 한껏 고무가 되어서 교당선거 운동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은 잔인한 달, 표가 우수수 떨어지고... 간절한 그리움에 산들바람도 샛바람처럼 느낄 무렵 유일병은 혼자서 읊조렸다.

 

멀어져가는 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난 이별이라 말을 하지 않겠네 ~ ~

아 다시 올 거야 나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아 나의 곁으로 다시 돌아올 거야 ~

 

봄내골은 5분 대기령을 내렸다. 5분 대기령이란 일종의 암호로 5월 한달 동안 분납할 상납금 액수를 말한다. 1번 분대장 신촌골 유두거사 3천만냥 장전, 2번 부분대장 강남 윤성거사 2천만냥 장전, 3번 소총수 천호골 여포 2천만냥, 4번 소총수 전주 팔령거사 2천만냥, 5번 탄약수 봄내골 라이언 일병과 장문들 5천만냥, 6번 탄약수 인천 최가박당 1천만냥, 7번 칠사똥문회 1천만냥, 8번 일내줘거사 일천만냥, 9번 의무병인 소양골 강원동지회 1천만냥... 합이 일억 팔천만냥에 전국 장물회와 찌라시 등을 통해서 나머지를 채워서 총2억만냥을 준비시키는 5분 대기령을 발동했다.

 

5분 대기령을 걸어놓은 신촌골이 디데이로 잡은 날짜는 오월 열 닷샛날이다. 열흘동안 모아서 열흘동안 뿌리자는 텐텐 전략으로 525일 이전에 작업을 완료한다는 전략이다. 각 지역마다 신촌골에 줄을 대기 위해 목을 빼고 있던 각 고을의 도필리 거사들을 마타하리로 심어놓은 상태라 무난하게 작전이 수행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러나 실은 이러한 작전은 자신들의 희망사항일 뿐, 각 지역에 있는 도필리 거사들은 오월 열닷새에 텐텐전략을 시작한다는 데에 강력한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신촌골에서 나온 전략들은 계획은 좋았는데 디데이를 너무 늦게 잡아 김이 다 샛던 때가 작년까지 3회차였고, 또한 배달사고가 너무 많이 발생하여 늘 진정성이 의심되는 전략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전략들을 진정성 있게 진행하려면 디데이를 더 당겨서 오월 열 닷새를 디데이 시작으로 잡으면 안되고 오월 열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각 지역 도필리 거사들의 민원이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려면 디데이를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각 지역의 도필리들이 신촌골에 음률로 상소문을 올렸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아 당신은 못 믿을 사람 ~ 아 당신은 철없는 사람 ~

아무리 달래봐도 어쩔 순 없지만 사임당 여사로 저울질 하네

 

난 이제 지쳤어요 신촌 기다리다 지쳤어요 신촌

혼자서는 이 밤이 너무 너무 추워요

 

당신은 못 말리는 땡벌 당신은 날 울리는 땡벌

혼자서는 이 밤이 너무 너무 길어요

 

아 당신은 야속한 사람 아 당신은 속모를 사람

밉다가도 돌아서면 마음에 걸리는 마음 하나론 못 믿을 사람

 

바람에 맴돌다 또 맴돌다 어딘가

기웃 기웃 기웃대다가 잠이 들겠지

 

난 이제 지쳤어요 춘천 기다리다 지쳤어요 춘천

혼자서는 이 밤이 너무 너무 추워요

 

당신은 못 말리는 땡벌 당신은 날 울리는 땡벌

혼자서는 이 밤이 너무너무 길어요

 

각 지역 고을의 도필리 거사들은 신촌골 8인회 구성원들의 아이큐가 150에 달한다는 소문을 그대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은 신촌골 8명을 합쳐서 150이라는 사실은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도필리 거사들은 이 상소문을 올리면 신촌골에서 텐텐전략의 일정을 앞당길 줄로 생각하였는데 신촌골의 아이큐는 거기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결국 각 지역 고을의 도필리들은 신촌이나 춘천이나 기다리다 지쳐서 민심이 이반할 터였다.

 

때는 본격적인 교당 선거판이 시작되려는 찰나인 오월 초사흘, 제물포골에서 오랫동안 당주를 맡았던 임석거사 자재의 혼인하례가 있었다. 임석거사는 제물포골에서 제법 실력을 갖춘 인물인데다 덕성까지 겸하여서 한양현과 제물포현의 지인들이 많이 참석하여 하례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하례 답례 만찬을 하기 위해 준비된 한 탁자에, 비율빈국에 공무로 갔다가 교당 수장 일내줘거사와 함께 골프라운딩만 하다가 돌아온 사진이 전자망에 떠서 개망신을 당했던 영등포골의 허성거사와 서당에서 고딩 학승들을 가르치는 원광거사가 자리를 같이하게 되었다.

 

원광거사는 익산골의 이재거사와 함께 불결광장이라는 전자망 사이트에서 땅끝마을 금명처사의 저격수 노릇을 하고 있는 개장수의 앞잽이인데 늘 불발탄으로 개망신을 독톡히 치루고 있는 터였다. 원광거사는 건등산, 월출산, 낙동강, 하늘샘 등의 닉네임을 사용하여 개장수 앞잽이 저격수 노릇을 하고 있고, 익산골의 이재거사는 역시 개장수의 앞잽이로서 불암산, 까마귀, 루키, 은총, , 종달새 등의 닉네임으로 불결광장에서 금명처사에 대한 저격수 노릇을 하고 있다


이들의 아이큐는 합이 120인지라 자기들이 뭘 말하는지도 사실 잘 몰라서 늘 이단사상의 똘마니요 불결광장에서 정바람, 천공 외 여러개의 아이디로 이단 사설을 설파하고 있는 방인거사의 코치를 받고 실탄을 장전하였으니 내실은 개장수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의 지시대로 충실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교당에 대한 공부도 부족한데다가 자기의 주체적인 사상이 없으니 늘 불발탄만 날리고 발각되기까지 하였으니 신촌골에서도 3류 스나이퍼 취급밖에 받지 못하는 측은한 존재들이었다. 영등포골의 허성거사는 그동안 골프라운딩만 다니다가 허송세월을 많이 보낸 탓에 공부가 부족하여 글을 쓸 줄 모르고 주둥이만 가지고 이제껏 살아온 작자다.

 

원래 신천리 주막집에서부터 하얀 거품이 일었던 음료를 좋아했던 자들의 생각에는 언제나 거품이 가득 차 있기 마련이다. 익산골의 이재거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이재거사 : 515일부터는 본격적인 역전이 시작될 걸세. 각 지역의 도필리들과 장문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닌가? 도자기에, 홍삼에, 커피에, 이제는 신사임당의 초화도까지, 이정도면 신촌골의 승은을 입은 자들이 춘천골로 향하지 않겠는가?

 

원광거사 : 지금 싸움은 원싸이드 게임이야, 원싸이드 게임. 인천 한신거사는 게임이 안돼.

 

허성거사 : ?

 

원광거사 : 야 지금 내가 보니까 땅끝마을 금명처사는 곧 소환될 것이야. 순대거사가 다시 들어가서 라이언 유일병과 함께 교당을 장악하면 108년차 교당수장, 심길교당의 시늉처사는 시늉만 하는 허수아비야. 그나 저나 땅끝마을 금명처사 소환 선동은 이재거사 네가 주도했다며?

 

이재거사 : 응 그려. 내가 존경하는 형님인 좃철거사의 총무후보 심사건을 선관위국에서 보류시켰다고. 씨앙 ~ 내 금명처사를 조져야한다고 주장했지. 실은 좃철거사가 헌연위국을 쑤셔봤는데 이중직이라고 씨알도 안맥혀 ~ 방법은 선관위국을 난장판으로 내몰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지. 다행히 한양중앙도량의 좃기거사가 앞장서서 연판장을 받아주어서 나는 수월하지 ~

 

허성거사 : 그건 그렇고 원광거사, 당신 말 그거 근거있는 말이야?

 

원광거사 : 내가 확인해 봤는데 지금 당장 뚜껑을 열어도 480표 정도 나온대.. 라이언 유일병이 지금까지 사임당을 풀지 않아도 480표인데 이제 앞으로 2주 동안 5분 대기조에 텐텐전략을 펼치면 거의 600표는 쉽게 얻을 수 있을걸?

 

허성거사 : 야 그거 니 생각이냐 아니면 신촌골의 생각이냐?

 

원광거사 : 야 신촌골이고 뭐고 내가 전국에 알아보니까 그렇더라고.... 내 말만 믿어.

 

허성거사 : 니미럴 너는 허구헌 날 맨날 니 생각만 맞다고 그러냐? 너를 보면 내가 참 신기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너는 교당에서 맨날 뻥만 치면서 서당에서 얘들을 어떻게 가르치냐? 쪽팔리지도 않냐? 서당에서 학동들은 가만히 있어?

 

원광거사 : 야 너는 모르면 가만히 있어... 우리 성골광장에서 그나마 내가 나서니까 너도 임마 영등포 가게 된 줄 알아.

 

허성거사 : 야 임마. 나 영등포 간 거랑 니가 성골광장에서 끄적이는거랑 무슨 상관있냐? 이 새끼 완존 환상에 빠져 있구만.

 

원광거사 : 야 너는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내가 불결광장 아니 성골광장에서 유언비어를 퍼트리지 않았다면 이미 순대거사나 우리쪽은 다 죽었어... 너도 임마 나한테 잘 해.. 다 내 덕인 줄만 알고 살아...

 

허성거사 : 에익.. 니기미... 그만 좀 해라... 언제는 니가 서신학당 100주년 기념관 짓는데 큰 공을 세웠다고 떠들고, 언제는 성골원 유지재당 이사 바꾼 것도 니 덕이라고 하고, 일래줘 총수 날뛰는 것도 다 니가 시켰다고 그런다며? 너 정말 작작 해라... 니 아니면 우리 교당이 안돼냐?

 

원광거사 : 당연하지 그나마 내가 나서서 땅끝마을 금명처사를 유언비어로 조지니까 이러지 내가 없었으면 너희들은 이미 다 죽었어 임마, 뭘 모르고 까불고 있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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