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봄내골 라이언 유일병 구하기 ①

비풍초 | 2014.05.06 17:12

(단편소설) 봄내골 라이언 유일병 구하기

 

봄내골 라이언 유일병이 강호를 휘젓고 다니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개월이 되지 않는다. 유일병이 미국 교무시절이나 김해골 활촌교당 교무시절에 갈고 닦은 신공은 오로지 줄서기 무공이었다. 성골교당에서 황사단에 들지 않으면 운신하기 어렵다는 것을 미리 깨우치고 오직 황사단 라인에만 줄을 선 것이 오늘날 신촌골 8인회의 릴레이 주자가 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신촌골 8인회의 제1번 주자는 천안골 건성거사이다. 주특기 기획부동산, 추정 자산 100억대, 대동강 물줄기는 말라도 내 돈줄기는 마르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평소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천안골 건성거사의 치명적 단점은 욕심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충주골 학창시절 황영감을 만난 후 입직하는 행운을 잡았다. 교당 100주년 100억의 예산을 유두거사와 함께 굴리면서 유두거사 몰래 곳곳에 숨겨놓은 맹지 부동산들을 시가보다 높게 매매하여 큰 소득을 얻었다. 그러나 성골원 불법대출, 필리핀 자금세탁 등이 발각되어 내리막길로 접어들더니 지금은 재기불능 상태 파산에 이르렀고 천안골 평민단체에 의해 포청천에 고소되어 있는 상태이다.

 

2번 주자는 천호골의 여포이다. 여포방망이로 동탁과 원소를 때려눕힌 괴력의 소유자, 황영감과 가장 비슷한 상을 가졌다 하여 리틀 황으로 불렸다. 경기도 곤지암 골짜기에 창고를 지어놓고 해선국 소속 거사들의 안식관으로 둔갑시켜 65천만냥을 유용한 것이 발각되어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를 슬퍼한 땅끝마을의 금명처사는 그 얼굴이 너무 상한 것이 안타까워 얼굴에 썬글라스 하나를 선물로 줬으니 목포골 신안비치반점에서 썬그라스 쓰고 찍은 사진이 아직도 강호에 회자되고 있다.

 

3번 주자인 봄내골 라이언 유일병의 줄서기 신공은 이미 70년대부터 그 위력이 범상치 않았다. 라이언 유일병 자신이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저절로 굴러들어온 외부적인 운도 따라주었다. 우송골에 있던 간호과를 탐내던 안암골의 고구려학당이 우송학당을 합병한 결과로, 봄내골 라이언 유일병은 우송학당 학승에서 졸지에 고구려학당 학승으로 등극했으니 이 얼마나 가문의 영광인가? 들어갈 때는 우송학당, 나올 때는 고구려학당, 이것도 라이언 유일병의 줄서기 신공이었다. 그의 줄서기 신공은 하늘도 도운 것이었다.

 

그러나 김해현 활촌교당을 맡을 때에 함께 일을 봤던 직원들의 말을 들으면 라이언 유일병의 유일한 관심은 활촌이 아니라 신촌에 있었다. 재정이나 교무 일에는 별 관심이 없이 그저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를 다니면서 황사단과 신촌골 영감님들 수발드는 일에만 집중했다. 해외파라는 명함에 영감들은 우리 교당에 이런 인재가 있다니..”하고 감탄하면서 마닐라, 프놈펜, 하노이 등 가는 곳마다 라이언 유일병을 동행 시켰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라이언 유일병의 세월도 한 갑자가 넘어서서 드디어 그가 강호에 진출할 무렵, 홀연히 거대한 변수가 드러나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33년전, 교당의 정교무를 맡으려면 꼭 통과해야 하는 과거에서 연거푸 낙방한 것이 큰 화근이 되었다. 당시의 남대존교당에서 교무를 거들던 유일병이 정교무가 되기 위해 과거를 봐야 할 순서가 되어 과거고시를 보게 되었다. 당시 남대존교당의 일대종사는 성골교당의 부총수이자 고시과거위원이었다. 시험은 보나마나 합격은 따논 당상이었다. 적어도 민족 고구려학당 출신인데 과거에서 낙방하겠는가 안심했다. 그러나 라이언 유일병의 걱정이 태산이었다. 줄서기 신공으로 들어가서 줄서기 신공으로 졸업하고, 또다시 줄서기 신공으로 남대존교당까지 왔는데, 정작 교무고시에 합격 무공을 보일 수련은 연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무고시과거는 총 다섯 과목으로 평균 60점 이상 한 과목이라도 40점 이하가 있으면 낙방이었다. 라이언 유일병은 본인의 염려대로 과거에서 낙방하고 말았다. 본인 뿐 아니라 다섯 명이나 낙방을 했다. 라이언 유일병은 남대존 교당의 일대종사 어른을 찾아갔다.

 

라이언 유일병 : 당주, 저를 죽여주소서, 과거에서 그만 낙방하고 말았습니다. 으흐흐흑.

 

남대존교당 박당주 : 아니 민족 고구려학당 실력이면 연필만 굴려도 충분할텐데 어찌하여 그리되고 말았소? 혹시 갑자기 머리가 아팠거나, 연필이 바닥으로 떨어졌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이 아니오?

 

라이언 유일병 : 아닙니다. 당주. 원래 제가 경전만 빼놓고는 다 잘하는데, 이번에는 과거시험이 전부 경전에 관련된 문제라 제 무공으로 해결하는데 역부족이었습니다. 으흐흑... 죽여 주십시오. 아니 저 좀 살려주십시오. 제가 느즈막하게 들어와서 머리는 안되고, 그렇다고 민족 고구려학당 출신인데 과거에서 떨어졌다고 하면 제 원적이 고구려학당 출신이 아니라는 것이 들통이 날 것이고.....으흐흑....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제게 한 번만 은혜를 주신다면 평생에 당주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남대존교당 박당주 : 으이구,.. .. .... 어찌하면 좋을지 방도를 생각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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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존교당 박당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기묘환술을 부려서 고시과거위원회를 움직여 보려 했다. 네개 지방의 사형들을 시켜서 구제청원을 올려 봤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오늘이 고시 보충 최종 발표일이고, 내일이 정교무 제수일인데 이거 큰 일 났구나. 오늘 고시발표를 통과 못하면 정교무 제수를 받을 수 없는데 이것을 어떡하면 좋지?

 

성골교당에서 정교무 제수를 받으려면 반드시 고시과거에 합격을 해야 하고, 고시과거위원회가 총교당에 합격자를 반드시 공고해야 하는 것이 법이다. 공고에 명찰이 오른 사람만이 총교당회에서 정교무 제수를 받는 것이 법이었다


남대전교당에서는 자기네 교무보조가 민족 고구려학당 출신이라 무조건 고시과거 합격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 교당에 명석한 두뇌를 가진 거사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당시의 남대존교당의 당주 박거사는 성골교당의 수장이 될 것인즉, 남대존교당의 권속들이 저마다 축하금과 축하 목걸이 화환을 마련해서, 남대존교당 당주의 성골교당의 수장 등극을 축하하면서 동시에 라이언 유일병의 교무 제수도 축하할 계획으로 달구지를 무려 100대나 끌고 제36회 총교당회가 개최된 신촌골 교당으로 상경할 참이다.

 

그런데 라이언 유일병이 고시과거에서 낙방했다는 것은 남대전교당 권속들의 이런 계획에 찬물을 끼얹은 중대한 사건이 되고, 남대존교당의 당주 박거사의 수장 등극에도 큰 흠집을 남길 일이 될 것이 뻔했다.


흐음 ~” 


남대존교당의 당주요 일대종사인 박거사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장고 끝에 결론을 내렸다


밀어 부쳐 ~, 지들이 뭐라고 고시에 낙방시켜 ~ 까불고 있어, 내가 곧 총교당장으로 등극할텐데 ~, 무조껀 정교무 제수만 받으면 돼, 총교당록은 내가 총교당장이 된 연후에 나중에 고치지 뭐 ~, 고시과거위원횐지 뭔지들을 싹 물갈이 해버리면 지들이 알게 뭐야?” 


남대존교당 당주는 밀어붙이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 라이언 유일병은 고시과거 기록이 없이 정교무 제수를 받은 교당 107년의 역사상 유일한 인물이 되었던 것이다.

 

역사는 힘있는 자의 것이 아니라, 힘있는 자가 역사를 쓸 뿐이다. 그러나 힘만 있고 미래를 볼 안목이 없는 자는 역사를 기록하는데는 허술한 채 오직 자기의 역사만을 이루고자 힘을 쓴다. 그래서 자기의 시대에 역사를 이루는 것 같지만, 자기의 힘이 쇠퇴함과 동시에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사라지고, 사라진 역사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을 가도, 정승이 죽으면 문상을 가지 않는 것처럼, 힘있을 때는 삶이 곧 역사지만, 힘이 없을 때는 역사가 없는 삶이 되고 곧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남대존교당 박당주의 성골교당 수장 등극과 함께 라이언 유일병의 정교무 제수까지 사진만 한 장 남아있을 뿐, 고시과거 불합격 이후의 기록은 성골교당 회의록에 전혀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라이언 일병은 아직까지 상병이 되지 못하고 일병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라이언 유일병이 교황력 2103년에 교당 선거에 나갔을 때도 고시과거 합격기록이 없어서 교당이 술렁인 적이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당시의 교당 선거를 관리하는 관청에서 유야무야 넘어가서 일단락 되는 줄 알았는데, 기록이 없는 의문이 어찌 시간이 간다고 해결되겠는가? 글자 하나로 생사가 갈리는 곳이 교당이거늘, 가장 중요한 고시과거 합격 기록이 없으니 언제고 누가 문제 삼아도 책잡힐 수 밖에 없는 아킬레스건을 해결할 방도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라이언 유일병은 신촌 8인회의 부탁이라면 무조건 척척 들어주는 성골교당의 수장인 일내줘거사를 찾아갔다일내줘거사는 크리스탈교당 당주인데 현재는 임기가 오순일정도 밖에 남지 않은 총교당장이다. 자꾸 교당의 일만 저지른다는 행태를 보고 강호제현들이 일내줘거사라고 별명을 붙여 주었는데 작명이 신통해서 이내 일내줘거사가 그의 공식 명칭이 되었다일내줘거사의 18번은 무조껀 무조껀이야였다. 신촌골을 향한 그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노래였다. 일내줘거사가 보조교무들을 데리고 가는 노래방에는 이 곡을 특별히 준비해 놓고 있었다.

 

짠짜라 짜라라라 짠 짠 짠 ~


내가 필요할 때 나를 불러줘 언제든지 달려갈게

낮에도 좋아 밤에도 좋아 언제든지 달려갈게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부르면 한참을 생각해 보겠지만

당신이 나를 불러준다면 무조건 달려갈 거야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특끕 사랑이야 ~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서라도

당신이 부르면 달려갈 거야 무조건 달려갈 거야.


짠짜라 짜라라라 짠 짠 짠 ~


일내줘거사는 황력 2003년 연금공제회 총책이던 시절, 간장공장 된장공장에 교당돈 35천만냥을 투자하여 온데 간데 없이 대손처리하고도 아무 일 없는 것으로 큰소리치는 오리발 검법의 달인이었다. 작년 총교당회에서도 자신이 공약한 대동합일(大同合一) 약속도 온데 간데 없이 지키지 않고, 우순거사만 살려주는 작전으로 교당을 교묘하게 끌고가는 오리발 신공을 기막히게 개진하여 대성공을 거둔 적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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