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편지, 다시보니 가슴이 미어 옵니다.
사랑하는 아들 승표 목사에게
한 사람의 위대성은 그의 기도 생활에서 나타난다. 기도하지 않는 목사는 뿌리가 뽑힌 사람이며, 기도하지 않는 평신도는 방황하는 사람이다. 강단은 설교자의 재능을 전시하는 진열대가 될 수 있지만, 기도의 골방은 전시가 전혀 없는 곳이다.
현대 교회가 여러 모로 궁핍하지만 이 중 기도의 처소에서 가장 궁핍해져 가고 있다. 우리 가운데 조직 전문가는 많이 있지만 애통하는 자는 드물고, 운동가나 기부자는 많지만 기도의 사람은 귀하다. 노래하는 자는 많으나 애곡하는 자는 보기 힘들며, 목회자는 무수하나 기도의 무릎으로 씨름하는 자는 찾기가 어렵다. 떠드는 자는 많으나 중보의 기도를 드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글 쓰는 자는 많으나 선한 싸움을 싸우는 자는 별로 없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이 기도의 처소에서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레나드 레이븐힐> 말씀묵상 5월호에서
“일을 행하는 여호와, 그것을 지어 성취하는 여호와, 그 이름을 여호와라 하는 자가 이같이 이르노라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비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렘33:2-3)
나는 너희의 목회사역이 하나님께 기뻐하심을 받고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를 바라며 기도한다. 오늘 수 많은 목회자들이 자기의 위치를 지키지 못하고 탈선하는 것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아 마음이 아프고 괴롭다. 이 시간도 잠이 오지 않아 이 글을 쓴다. 아무쪼록 하나님의 부르심에 합당히 행하여 , 목사의 본분과 사명을 다하여라.
목사의 지도력은 권위로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섬김이며, 솔선수범이어야 한다. ‘나를 본 받으라“하여야 한다. 남을 가르치고 자신은 섬기려 하지 않음은 위선이요 죄악이다. 목회의 길은 주님 가신 십자가의 고난의 길임을 명심하고, 잘 참고 견디어야 하며, 인간의 도움을 기대하지 말고 주님의 함께 하심과 도우심을 바라며 기도하여야 한다. 기도하지 않은 목회자는 뿌리가 뽑힌 나무와 같다. 할말 많으나 오늘은 이만 줄인다.
1994년 5월 2일 1시 30분
그리스도의 종 아비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