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심경의 변화(김교신)

홍승표 | 2018.08.17 04:46

교사심경의 변화(김교신)

 

  교사의 초기에는 교단 위에서 볼 때에 학생의 순량한 자와 불량한 자가 확연히 갈라져 보였다. 그리고 순량한 자가 귀엽게 보이는 반면에 불량한 자는 매우 가증스럽게 보였었다. 그러나 오늘 이르러서는 선량한 자와 불량한 자가 모두 한결같이 귀여워 보이며 사랑스러워 보여서 가르치기보다 먼저 어루만지고 싶으니 이제 비로소 교사 자격이 생겼다 할 것인가. 또한 이젠 벌써 교사 자격이 상실하였다 할 것인가. 우리가 스스로 판단키 어려우나 심판적 태도가 자취를 감추고, 동정 연민의 정이 드러나게 돼 변화의 흔적만은 숨길 수 없다.

 

  교사의 초기에는 불량 학생을 단연코 축출하는 것이 선량한 자를 위하는 길이요, 교육애라고 주장하는 이론도 없지 않았으나 이제 당해서는 가르칠 수 없는 인간이라곤 발견할 수 없으니 사회와 학생의 질이 향상하였음인가. 또는 우리의 판단력에 무슨 결함이 생긴 까닭인지는 몰라도 마음속에 변화가 생긴 것만은 사실이다. 이른 바 불량 학생, 할 수 없는 익살꾼들의 속에서 속사람, 참사람을 발견할 때의 기쁨과 비교해보면 선량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도리어 무미건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이미 문자대로 죄인의 괴수이거든 나보다 더한 죄인이 어디 있다고 축출할까.

 

  교사의 초기에는 학식의 깊이를 시험하는 것 같은 질문은 교사를 심히 화나게 하였다. 그러나 교사 10여 년에 철저히 깨달은 것은 무식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한 것이다. 교사로서 알아야 할 것의 십분의 일, 만분의 일도 알지 못한 자인 것을 심각하게 깨달았으니 이제는 무식하다는 탓을 아무런 학생에게서 어떤 괄시를 당한다 해도 화낼 기력이 사라졌으니 질문을 제한하지 않는다. 오직 아는 것은 안다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대답할 뿐이다. 이것도 교사로서 부당한 일인지 알 수 없으나 속마음은 매우 편하다.

 

  교사의 초기에는 학생들이 경의를 표하나 안 하나가 매우 마음에 걸렸으나 지금은 전연 무관심이다. 성서조선을 발간함으로 받은 당치 않은 모든 치욕을 생각하면 학생들의 무례와 괄시쯤은 오히려 기특한 느낌을 금할 수 없는 일이다. 예수 믿기 위하여 이미 받은 창피와 앞에 당할 치욕을 헤아리면 철들지 못한 아이들의 실수쯤은 문제가 될 수 없다. 또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괄시받을 자격을 가진 인간이 어디 있다면 그는 교사요, 나 자신이라고 않을 수도 없는 일인데, 사람의 존경을 기대하는 일 같은 것은 자기를 분별치 못함도 심한 일이다. 이도 역시 교사도(敎師道)에서 어그러진 일인지 알 수 없으나 심경의 변화인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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