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k 형!
jk 형!
신학대학 졸업하고 형이 서울 모교회 전도사로 청빙되었다가 가을학기 졸업인 것을 말하지 않았다고 사택에서 짐을 싸서 쫓겨날 때 정은이 형과 함께 리어카에 짐을 실어 나르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형이나 나나 다 목사 아들이기에 교회를 누구보다 잘 알지만 교회처럼 사랑을 말하면서 냉정한 곳이 없다는 것을 느끼던 날이었습니다. 형의 목회가 그렇게 시작되었는데 대구에서도 어려움을 당했지요? 그때도 형을 생각하며 아픈 마음을 쓸어내리며 형이 대전으로 다시 오기를 바랬습니다. 힘든 형을 위로하겠다고 자전거를 타고 형만나러 대구까지 갔었지요. 조금이라도 형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힘차게 달려갔습니다. 그런 마음이 하늘에 닿은건지 몰라도 형은 정말로 대전으로 다시 왔습니다. 형의 아버지가 개척했던 교회로 60세에 담임목사로 왔습니다. 나를 비롯해 형을 아는 사람들이 다 기뻐했었지요. 대구에서 고생한 것을 하나님께서 위로해주시려고 대전으로 오게 하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또 웬일입니까? 은퇴한 원로장로가 앞장서서 조기 은퇴하라고 압박을 하다니요. 이유는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부목사라는 자들도 그들과 합세해서 조기은퇴 압박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전임 목사에게 받았던 영적 영향력을 형에게서 받을 수 없다는 것으로 들렸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형이 칠계를 범한 것도 아니고 재정사고를 일으킨 것도 아닌데 그들은 합세하여 담임목사에게 나가라고 한 것입니다. 형의 성격을 잘 아는 나이지만 형은 교회를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하고 말았습니다. 교회가 분란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아서 조기 은퇴하기를 결심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집단이 어디 있습니까? 담임목사 청빙할 때는 언제고 자기들 마음에 안든다고 물러나라는 집단이 교회 말고 또 어디 있다는 말입니까? 대체 그들은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떳떳하길래 그런 횡포를 합니까?
목사들이 60이 넘어가면 약자가 되는 것 같습니다. 새벽마다 교인들 이름 불러가며 기도하면 뭐 합니까? 자기들 마음에 안들면 나가라고 하는 자들인데요. 목사들은 은퇴하면 교회를 떠나야 하지만 장로들은 은퇴해도 교회에 계속 나와서 주인 행세를 합니다. 물론 모든 장로님들이 그러시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원로장로가 되어서도 당회에 참석해서 자기의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합니다. 그뿐입니까? 자기들 식구들 그리고 가깝게 지내는 교인들과 힘을 합해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목사보고 하나님의 종이라고 합니다. 목사가 정말 하나님의 종이라고 믿는다면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입으로는 하나님의 종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자기들의 종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까? 교인들은 무엇인가 마음이 상하면 교회를 떠나겠다 하고 또 목사보고 나가라고 합니다.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처럼 거의 교주처럼 행세하는 목사가 얼마나 될까요? 만민교회 이재록처럼 범죄해도 교인들에게 추앙받는 목사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많은 목사들은 늘 성도들 눈치보며 늘 긴장 속에서 목회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누구라도 상처받을까봐 전전긍긍합니다. 자기들은 좋은 차에 호화로운 집에서 살면서 목사가 조금이라도 호사를 누리면 눈뜨고 못봅니다. 자기들은 골프치면서 목사가 골프를 치면 사치스러운 목사라고 욕합니다. 자기들은 회사에서 월급 못받으면 데모를 하면서 목사가 사례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도 없습니다. 착한 형을 보면서 갑자기 서러움이 밀려 옵니다. 나도 요새 교회에서 어려운 일을 겪어서 그런지 엄청 서러움이 밀려 옵니다. 누가 그랬듯이 이럴려고 목사가 되었나 하는 자괴감 마저 듭니다.
그러나 목회는 짧지만 인생은 깁니다. 65세 은퇴하나 70세에 은퇴하나 시간의 차이일 뿐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이제 사모님과 함께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힘쓰기 바랍니다. 그동안 목회한다고 하지 못했던 것들도 많이 누려보시기 바랍니다. 매일 새벽기도 한다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이제는 잠도 푹자고 자유롭게 하루 하루를 지내기를 바랍니다. 형 말대로 치사하게 살 필요가 없습니다. 절대로 아프지 말아야 합니다. 이젠 더 자주 만나 등산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지냅시다. 형 아버지도 목회하시다가 어려움을 당해 병을 얻으셨잖아요? 우리 아버지도 목회하시다가 어려움을 당했을 때 아들로써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아버지에게 어려움을 주었던 사람들이 잊혀지지 않더라구요. 사람들이 받은 은혜는 흘러가는 강물에 쓰고 받은 치욕은 바윗돌에 새겨놓은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교인들에게 받은 사랑도 많을텐데 상처받은 것만 생각납니다. 이런 마음이 우리 자식들에게도 생길까봐 두렵습니다. 아마도 이미 자식들도 상처받았을겁니다. 어쩔 수 없지요. 그것도 자기들 몫이니 말입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 자식들이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 속에서 살기를 바랍니다. 내가 어릴 때 아버지 수첩에서 “치사하지만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자”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힘들지만 주님의 십자가 밖에는 바라볼 것이 없습니다. 주님과 비교하면 우리는 호강하는 것입니다. 항상 기뻐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는 말씀에 순종합시다. 이제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데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조만간에 또 만나 보문산 등산하고 식사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