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점 빼기

오형칠 | 2024.03.22 01:44

얼굴 점 빼기

 

얼굴에 검버섯이나 주근깨, 기미가 없는 사람은 없다. 거의 다 있다. 그에 걸맞게 검은 반점을 제거한 후 붙일 패치도 다양하다. 열 가지가 넘는다.

점 뺀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나도 몇 년 전에 얼굴에 점을 뺀 적이 있다. 섭섭한 일이 일어났다. L 장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서울로 이사하게 되었다. 그분은 온화하며 인품이 좋다. 김해에서 외과 의사로 20, 특히 항문 수술로 유명한데, 얼굴에 생긴 검은 반점도 많이 빼주곤 했다.

그런 소문이 돌자 나도 한 번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선뜻 가지 못했다.

아내가 말했다.

"장로님, 이사하기 전에 한 번 가보세요."

D-day312일 수요일 230분으로 잡았다.

그날이 왔다.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갔다. 약속 시각보다 20분 먼저 도착했다.

1층은 정형외과, 2층은 장로님 병원이다. 20년이 넘은 건물이라 산뜻하지는 않다. 특별히 엘리베이터가 눈에 뜨이었다. 새로 교체한 우리 아파트 번쩍번쩍한 엘리베이터와 비교되었다. 건물은 조카사위 소유인데 인테리어를 다시 하면 좋겠다는 말을 집에 가면서 하고 싶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장로님 병원은 2, 대기실에는 여자 두 사람이 얼굴에 마취 연고를 바르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아내를 본 장로님은 얼른 진찰실에서 나와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아내는 접수처에 갔다. 애초 아내는 점을 빼지 않을 생각이었으나, 간호사가 둘 다 점 빼려고 온 줄 알고 마취 연고를 발라주었다. 아내는 본의와 달리 얼떨결에 점을 빼게 되었다.

첫 번째 기다리던 여자가 15분 만에, 두 번째 여자는 약 10분 만에 끝났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으나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들은 말이 있으므로 은근히 돈을 받지 않을까 봐 걱정되었다.

내 차례가 되었다.

", 여기에 누우세요."

'' 하는 기계음과 함께 살 타는 냄새가 코에 스며들었다. 피부를 레이저 광선으로 태우고 찌르지만, 마취된 상태로 별로 아프지 않고, 따끔따끔할 정도였다. 장로님은 간간이 물었다.

"아프시죠?"

"아니요, 참을 만해요."

이 정도 고통(?)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다른 병원이라면 마취 연고를 바른 부분만 손을 대겠지만, 장로님은 마취 연고를 바르지 않은 부위와 피지가 생긴 곳까지 일부러 찾아 수술(?)해주었다. 고마웠다. 소요 시간은 약 15분이다.

"이제 다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 다음은 아내 차례다. 내가 대기실에 앉자마자, 간호사가 연고를 발라주었다.

얼마 전, B에게 들은 말이 생각났다. 장로님이 서울로 이사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교인들은 모두 아쉬워했다. 왜냐하면, 교회 큰 기둥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리아 찬양대대장으로 오랫동안 봉사하면서 사명을 감당했다.

찬양대원들과 임원들을 잘 섬겼다. 또 장로님이 서울로 간다는 말과 함께 지금 함께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너무 좋다며 이분들을 전도하여 교회 등록하려고 하니 잘 보살펴 달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처음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그 말이 생각나 접수대에 있는 간호사 얼굴부터 먼저 바라보았다. 예쁘장하고 이목구비가 잘 정돈된 간호사였다.

연고를 바르는 동안 간호사에게 말했다. 원장님이 서울로 이사하면서 간호사 칭찬을 많이 하더라고 했다. 그러자 자기도 여러 원장님을 많이 모셔보았지만, 이런 원장님 같은 분이 없다고 했다.

"전혀 권위를 내세우지 않아요."

"그렇죠, 박사, 장로이면서 아주 겸손해요."

"오래 근무했어요?"

아니라고 하면서 이런 원장님은 처음이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왔다. 염려가 현실이 되었다.

한사코 요금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돈 얼마도 밖으로 따라와서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이런 분이 또 있을까."

'드는 정은 몰라도 나는 정은 안다'라는 속담이 있다.

같이 신앙 생활할 때는 그러려니 했으나, 막상 교회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섭섭한 감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

오늘 새벽에도 장로님을 주차장에서 보았다.

"이제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

항상 먼저 와서 인사하는 장로님, 체면을 내세우지 않는 장로님, 겸손한 장로님, 부디 주안에서 행복하면 좋겠다.

인간이 처음 태어날 때는 혼자 '' 하고 울지만, 저세상으로 갈 때, 울어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잘 살았다는 의미한다.

나는 장로님이 언제 우리 교회 왔는지 모르지만, 떠날 때는 온 교인이 안다. 아쉬워하고, 붙잡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분명히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신앙생활을 잘했다는 증거다.

 

2024.3.24.

God bles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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