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번호

오형칠 | 2024.02.09 01:56

핸드폰 번호

 

새벽에 기도회에 갔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 먹으라면서 아내가 나를 깨웠다.

"당신 옷차림이 왜 그래?"

주차장에 가서 차를 다른 곳에 옮겨놓고 왔다고 했다. 이삿짐 직원은 자동차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바로 전화했다.

외국인들은 한국 자동차에 적힌 연락처를 보고 놀란다. 자기 나라는 범죄에 악용될까 봐 그렇게 못 한다.

한국은 차에 연락처를 남기는 이유가 있다. 치안이 좋기 때문이다.

한국은 치안이 얼마나 좋을까?

핸드폰을 손에 들고 다니는 나라, 뒷주머니에 꽂고 다니는 나라, 카페 테이블 위에 놓고 다녀도 되는 나라다. 우리는 무엇이든지 미국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미국에 살던 Y 이야기다. 그분은 미국 시민권자다. 어느 날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흑인이 나타나 자기 핸드폰을 낚아챘다. 핸드폰이 땅바닥에 나뒹구는 순간 까만 손이 먼저 핸드폰을 덮쳤다. 반사적으로 일어나 강탈범을 쫓았다.

"내 핸드폰."

그때 자동차에서 막 내리던 사람이 그를 광경을 보고 도로 차에 올라 타버렸다.

또 다른 이유는 국토가 좁아 주차할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나 주차할 자리가 모자란다.

20236월 현재 자동차 대수는 25757천대로 1.99명에 한 대씩 가지고 있다.

이런 형편에 통로 주차는 어쩔 수 없다.

이중 주차 때문에 차를 움직일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낭패를 당한 이야기다.

지난 주일이다. 2부 예배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 주차장에 갔다. 예배도 끝나고 점심도 먹은 후라, 통로는 텅 비었다. 막상 주차장에 와보니 어떤 차가 우리 차를 막고 있었다. 전화번호를 확인했으나 알 수 없었다. 사무실로 갔다. 교인들 서너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 B에게 차 번호를 조회해달라고 했다.

"등록되지 않은 찹니다."

이분은 남을 배려할 줄 몰랐다. 일본은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되는 문화다. 우리 민족도 그에 못잖은 문화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기다렸다. 아내가 말했다.

"내가 한 번 이동해 볼게요."

운전석에 앉아 보니 생각과는 달랐다.

"안 되겠어요."

잠시 후였다. 우리 차와 옆 차에 공간이 있었다. 10cm만 움직이면 되겠다고 했다. 옆 차는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그 차 번호로 전화했다. 이 차는 정상적으로 주차했기 때문에 전화하기가 미안했다. 당연히 교회 안에 봉사 활동을 하거나 3부 예배를 드리는 우리 교인이다. 사무실에 갔다.

"이 차 주인 전화번호 알려주세요."

"이 차 등록되지 않았어요."

어이없는 말을 듣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벌써 30분이 흘러갔다.

S가 집에 가다 나를 보았다. 내 이야기를 들은 그는 차를 비스듬한 위치에서 보고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조금 전에는 확인할 수 없었다.

나는 그 전화번호를 눌렀다.

당연히 교회 안에 있는 분이라, 전화하기가 미안했다. 왜냐하면, 통로에 댄 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사정을 이야기하고 차를 잠깐 이동해달라고 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차 주인은 지금 가게에 있는데요."

이렇게 말하면서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응당 교회 안에 있을 교인이 가게에 있다고 하니 의심스러웠다.

그 사이에 우리 차를 막은 차주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죄송합니다."

깜박했으며 남 차를 빌려 타고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동차에 전화번호를 남겼더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 모든 일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여 생긴 불상사다.

한편 자동차를 타고 집에 가면서 차를 옮기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하려고 네 번이나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났다. 오늘 또 그 차가 보였다. 자동차 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처음 업무를 맡은 B가 업무 미숙으로 발생한 오해였다.

"우리 교회 차 맞습니다."

문제를 해결했다는 말을 하려고 네 번이나 전화했으나 받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God bless you!

202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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