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량꾼 이야기

오형칠 | 2024.01.26 01:07

동량꾼 이야기

 

요즘 동냥하는 사람은 많이 사라졌다.

나는 김해 온 지 29년이 된다. 97IMF가 터질 당시 40대 남자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동냥하러 온다. 그는 중년이 노년이 되었다. 또 있다. 한여름에도 겨울옷을 입고 큰 비닐봉지를 어깨에 메고, 종이컵을 든 남자는 10년 단골이다. 1년에 한 번 오는 단골도 있다. 양말을 억지로 떠넘기는 30대 남자다. 이분도 5년은 된다.

옛날에는 동량꾼은  주로 장애인이었다.

마침내 새 단골이 등장했다. 3~4개월 된다. 그는 키는 작고, 다리는 불편하며, 손마저 자유롭지 않았다. 검은 얼굴이 더욱 불쌍해 보였다. 그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입을 열지 않고, 몸과 표정으로 의사를 전달한다.

처음 그는 껌 한 통을 내밀었다. 보통 빈손으로 온다.

", 의리가 있네."

처음은 껌을 주었으나, 그 후 주지 않았다. 보통 껌이나 볼펜은 줘도 받지 않는다.

이분은 좀 이상했다. 동냥 주기가 있는데, 이 사람은 없었다. 보통 한 달에 한 번 온다.

요즘 사회적 분위기는 동냥꾼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왜냐하면, 복지가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인은 기본 생활은 보장한다.

처음 두세 번은 주었으나, 너무 자주 와서 한 번씩 걸렀다.

"자주 오면 안 되지."

B도 그분을 알고 있었다.

2일 전이다. 기상천외한 일이 일어났다. 정오가 지날 무렵이다. 그분이 나타났다. 힘이 없어 보였다.

이미 나와 B는 그가 오면 어떻게 하자고 약속했다.

우리는 카운터 앞에서 그를 지켜보았다. 역시 그날도 다리를 절며 한쪽 팔을 구부린 채 손을 내밀었다.

"오늘은 안 되지."

그는 나가면서 구시렁거렸다.

"1주일 한 번 밖에 안 오는데..."

동냥에도 체면이 있다. 그는 그걸 지키지 않았다.

다시 약국은 적막 속에 파묻혔다.

그때였다. 카운터 앞에 서 있던 B가 소리쳤다.

"저거 보세요."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조금 전에 왔던 동냥꾼이 까만 무전기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눈에 잡혔다. 장애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너무 당당하게 걸어갔다.

", 아까 그 사람이네."

이렇게 말하면서 바로 밖으로 뛰어나 그를 추적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워키토키를 귀에 대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부근에 누가 있다는 뜻이다.

", 저 사람 가짜다."

워키토키는 아무나 사용하지 않는다. 특수 요원들만 쓴다.

이것은 특수 조직에 속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왜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을까. 사용 기록이 남기 때문이다.

4~5년 전이다. 장날 아침이면 가끔 두 다리가 없는 장애인을 태운 승합차가 안경원 옆에 내려주었다. 지금은 보기 힘들다.

승합차에서 여러 지역에 한 사람씩 내려준다. 가끔 가야문화제에서 본다.

그 사람들은 킥보드처럼 생긴 커다란 바퀴가 달린 보드에 엎드려 앞으로 가면서 녹음기로 찬송가나 염불을 들려주면 사람들은 동정심이 생겨 돈을 넣는다. 저녁이 되면 다시 승합차가 그들을 데리고 간다.

이 일은 조직원들이 장애인을 고용하여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 사람도 이런 조직 사회 일원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몇 달 동안 그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는데, 배신감마저 든다.

차라리 정상적인 사람으로  자기를 속여가면서 살지 않으면 좋겠다.

이 행위를 굳이 범죄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가짜 장애인 행세를 한다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그분이 다시 오면 어떻게 행동할까.

또 장애인으로 연기한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God bless you!

202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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