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봄내골 라이언 유일병 구하기 ④

비풍초 | 2014.05.14 19:17

(단편소설) 봄내골 라이언 유일병 구하기

 

봄내골 유일병이 사업자금을 건넬 보부상 조직은 이름하여 속칭 일진회로 강호에서 질이 안좋기로 소문난 장사치들이다. 무려 일백년 전부터 일제의 지령을 받고 독립운동가를 밀고하고, 일정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그치들이 어느 덧 변신하여 강호 성골교당에도 마수를 뻗쳐서 교당에 피라미드 조직을 꾸려서 교당을 농단한 지가 꽤 오래 되었다. 이들의 조직은 마치 구온파 유병온의 조직과도 같았다.

 

그러나 썩은 물은 고인다 했던가! 어느덧 중간에서 자기 잇속을 차리는 작자들로 인해 피라미드의 구조가 무너진지 오래되었다. 일진회에 속한 자들이 신촌골에서 지령을 받고 각기 배당금을 받아서 지역으로 내려가지만, 배당금을 받은 지역의 도필리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작년의 경우, 35천을 받은 신촌골 손수레영감이 12천을 그 자리에서 사과박스에 넣어 자기 수레에 싣고 나머지 23천을 내려주었다. 1억 2천은 순수히 신촌골 성골들의 몫으로서 유두거사, 손수레영감, 전주골의 온태거사 몫인데 나중에 필수적으로 필수거사에게도 몫이 돌아갔다. 그래서 원래는 1억이었는데 2천이 늘어난 것이었다. 


어쨋든 2억 3천만냥의 배당금이 내려가자 그동안 굶주렸던 행동대장들이 자기들 뱃속을 채우기에 급급하여 실제로 제물포현 같은 곳에는 끽해야 5명에게 50만냥 밖에 내려오지 않았으니, 1인당 고작 10만냥이라. 이도 받은 자들이 단 한 번이라도 지역의 도필리들을 위해서 떡볶이라도 샀다면 작년 라이언 유일병은 그렇게 무참하게 패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라이언 유일병을 선전하는 홍위병들이 내세우는 것이 두 가진데 하나는 작년에 떨어져서 올해 재수한다는 것이고, 하나는 작년에 큰 표 차이도 아닌데 1위에게 양보했다는 것이다. 먼저 작년에 큰 표 차이도 아닌데 양보했다는 것은 우리 교당 선거 역사를 보면 그 말이 얼마나 수치스런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일내줘거사가 현모거사 박 총수장에게 떨어질 때 표차는 불과 18표차이었다. 이 외에 6표차 당선, 12표차 당선 등 박빙의 승부를 펼친 선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작년에 87표 차이는 라이언 유일병으로서는 충격이었겠지만 오히려 라이언 유일병은 시늉거사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작년 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마지막 선거연설에서 심길교당 시늉거사가 죽을 쑤었는데도 87표 차이라면, 정상적으로 연설을 했다면 라이언 유일병은 자신이 얼마나 무참히 패배했는가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라이언 유일병은 혼자 중얼거렸다. “차라리 그때 무참히 깨졌다면 올해 이런 고생은 하지 않을텐데 심길교당 시늉거사에게 감사해야 할지 원망해야 할지.... , ..... 몇 년 전 소천하신 영등포골의 강선거사는 3수를 하였는데 얼마나 뜯겼을꼬?”

 

그러나, 강호의 구름이 모이면 비가 되고, 떨어진 비는 또다시 구름이 되는 것처럼, 비워서 없는 것 같아도 또 다시 생기는 게 권력의 욕망이니, 한 번 멍석위에서 놀아본 권력의 노예들이 그 맛을 버리고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다.

 

라이언 유일병이 재수를 했기에 측은해서 라이언 유일병을 구해줘야 한다는 것은 신촌골의 새빨간 거짓말이다. 오늘날 성골교당이 이렇게 된 것은 온정주의와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무관심과 무책임에서 비롯된 것이다언젠가 성골교당에 권력욕을 채우기 위한 거사들의 이합집산이 일어나고 교당이 시끄러워지자 교당은 한 명의 상왕이 아니라 여러 명의 분봉왕을 만들자고 결의했다. 그래서 욕망을 간신히 잠재웠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신촌골을 비롯한 강호의 정치꾼 일당들은 이 때 만들어진 분봉왕 제도를 계기로 강호의 관심을 분산시킨 후, 오륙도 동기회로 교당을 무려 10년이나 장악하게 하면서 교당의 질서가 완전히 깨지고 말았던 것이다. 한 동기회에서 10명이상이 교당의 수장을 연거푸 맡으면서 교당은 공적 조직에서 사조직으로 급변했다. 10명의 오륙도 동기가 교당의 10년을 맡을 동안 교당은 20년 이상 후퇴한 것이다


그 세월 동안 강호는 급속도로 피폐해지고, 갈기갈기 문파대로 찢어져서 늘 내부전이 끊이질 않았으며, 힘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라는 생각에 강호의 질서는 한줌 먼지처럼 부서지고 큰 소리를 치는 놈이 상왕이 되는 도깨비 시장이 되고 말았다. 자기가 부임한 개교당만 크면 친구도, 선배도, 의리도 없는 개판이 되고 말았다. 오직 먹이감만 눈에 들어오는 개사육장의 약육강식의 세계가 되고 만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힘센 개가 되던지 아니면 개장수가 되던지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라이언 유일병 구하기는 유일병 개인의 재수가 문제가 아니라 교당을 또다시 장악하려는 신촌골파 거사들의 마지막 발악이다. 그들에게는 유지재당과 공재회를 장악하고, 이어서 총무와 부총수만 장악한다면 이번에 새롭게 임명할 교당의 항존위원과 각급위원 그리고 조직원들을 다시 줄세우기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해서, 지난 6년 동안 당했던 수치와 중지되었던 교당 털어먹기 프로젝트를 또다시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신촌골의 목표인 것이다.

 

신촌골 유두거사가 작년에 한 말이 있다. “교당본부와 서신학당은 우리가 장악하고 있다”. 이 말은 뒤집으면 교당본부와 서신학당 외에는 다 빼앗겼다고 말 한 것이다. 그렇다면 빼앗은 자가 누구란말인가? 강호에서 감히 신촌골에 대응할 위인들이 누가 있는가? 과거 성골찌라시에서 마녀사냥을 할 목적으로 신촌골에 대항하는 자들을 예부호라고 했다가 개박살이 난 적이 있다. 예성, 호남, 부흥사회가 신촌골에 맞선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다. 성골교당에서 신촌골 패거리처럼 교권욕과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난투극을 벌이는 집단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신촌골 패거리들은 자신의 입지를 살리기 위해서 대척점에 누군가를 세워서 적대적 공생 관계를 설정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순전히 신촌골 패거리들과 성골찌라시의 기만술이다. 신촌골에 맞서려면 조직이 있어야 하고, 자금이 있어야 하고, 힘이 있어야 하는데, 성골교당에는 신촌골 패거리 외에는 이런 조직을 관리하는 집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신촌골 패거리가 몰락한다면 이는 누군가가 이들에게 반기를 들어 이들이 독점하고 있는 교당의 교권을 빼앗았기 때문이 아니라 신촌골 패거리들 스스로 악을 너무 쌓아서 그 쌓은 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자멸한 것이리라.

 

성골광장에서 언젠가 지역편중 공천이라고 난리를 친 적이 있었는데 어디 한 번 정확하게 따져보시라. 교당본부 직원들의 출신을 지역별로 조사하고, 서신교당 직원의 출신을 지역별로 살펴보라. 대부분 중요 요직은 신촌골 패거리에 줄 선 사람들이다. 신촌골 패거리가 가지고 있는 조직과 힘은 아직도 건재하다. 교당은 넓고 할 일은 많은데 어찌하여 신촌골 패거리가 아니면 안되는가? 그렇게 인물이 없는가?

 

이번 교당선거는 강호의 명운을 가르는 선거이다. 인적쇄신과 물적쇄신을 이루면 강호는 활기를 찾겠지만, 이대로 주저앉는다면 강호는 썩을대로 썩어서 구제불능의 상태가 되버릴 것이다. 이미 강호의 고전에는 이런 노래가 회자된 적이 있었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 날 연못 속의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네

 

푸르던 나뭇잎이 한잎 두잎 떨어져

연못 위에 작은 배 띄우다가 깊은 물에 가라앉으면

집 잃은 꽃사슴이 산속을 헤매다가

연못을 찾아와 물을 마시고 살며시 잠들게 되네

 

해는 서산에 지고 저녁산은 고요한데

산허리로 무당벌레 하나 휙 지나간 후에

검은 물만 고인 채 한없는 세월 속을

말없이 몸짓으로 헤매다 수많은 계절을 맞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네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네.

 

<라이언 유일병 구하기 시즌 I, 5부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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