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어르신

오형칠 | 2024.04.26 05:30

두 어르신

 

한국인 평균 수명이 83, 남자 80, 여자 86세다.

70세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86%, 75세까지는 54%, 80세까지는 30%, 85세까지는 15%, 90까지는 5%.

여러분은 어느 나이대에 해당하는가. 위 나이와 관계없는 사람은 미래를 생각하면서 살아가기 바란다. 한국  수명은 긴 편이다.

두 어르신이 있다. K31년생, P35년생이다. 나이가 많지만, 나와 소통이 잘 된다.

어제 K가 왔다. 625참전 용사다. 국가유공자 모자를 쓰고 약국에 올 때마다 '충성'하면서 거수경례한다. 이분이 오면 옆에 앉아 인생사를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구순 넘은 이분처럼 쾌활하게 사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아내를 먼저 저세상에 보내고, 적적했다. 칠십 대 여자 친구를 데리고 온 적도 있다. 그분 처지를 이해한다. 젊은 시절 전쟁에 참여했고 또 양계장을 경영하여 노후에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다. 그분은 베풀면서 산다.

드링크를 한 병 대접하려고 해도 절대 공짜로 마시지 않고 오히려 나와 직원에게 사준다. 나이가 들수록 호주머니를 열라는 말을 실천하는 분이다. 앞으로 약국 언제까지 출입할는지 모르는 좋은 오르신이다.

또 한 분이 있다.

P35년생이다. 약국에 한 달에 세 번 이상 온다. 사범학교 출신이다. 매일 새벽 성조암에 올라간다. 그 나이에 새벽 등산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전통 시장에서 아내와 함께 장사한다. 날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물건을 배달하며 승합차로 친구와 함께 한 달에 한 번 정도 국내 여행하고 1년에 2번 설악산에 등반한다. 대단하지 않은가.

건강을 얼마나 잘 챙기는지 감동한다. 또 카톡을 즐기며 유튜브로 온갖 정보를 공유하며 나라 걱정을 많이 하는 애국자다.

요즘 고령자가 면허증 반납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이다.

"면허증 절대 반납하지 마세요."

그분은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는 신념으로 산다.

대화를 해보면 마음이 열린 분이며 너그럽고 까다롭지 않다. 약이 모자란다고 하면 다음에 오겠다 한다.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고혈압에 당뇨, 전립선 약을 계속 먹는다.

등산을 많이 하는 탓에 다리가 튼튼하다. 작은 키에 허리가 꽂꽂하다.

죽음과는 거리가 먼 사람처럼 보인다. 그분은 힘없고 무기력하고 돈마저 없는 초라한 분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지난 총선 때 연락할 일이 생겨 전화를 걸었다.

이런 번호는 없다는 글이 떴다.

그분에게 카톡에 올린 유튜브 수필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잘 보던 수필을 몇 달 동안 읽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다음 아침 출근하여 약국 프로그램 팜 IT 3000을 열었다. 기가 막히는 일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한 달에 3번 약을 지으러 오던 약국을 지난해 12월에 온 후에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이름을 입력하는 순간, 놀라고 말았다.

"사망, , 이분 그만..."

처방전 날짜를 확인해보았다. 1118, 1222, 1227일에 왔다.

석 달 동안 오지 않았는데 의식하지 못했다.

"세상에 이런 줄도 모르고."

즉시 지인에게 전화했다.

이름과 나이를 알려주면 그분을 아느냐고 물었다.

"모르겠어요."

자기가 한 번 알아보고 연락하겠다고 했다.

몇 사람에게 수소문했으나 아는 사람이 없더라고 했다.

그저께 아침이다. 그 지인이 다시 약국에 왔다.

"원기회복할 약 주세요."

나는 약을 주면서 다시 물었다.

"P 어르신 알아보았어?"

처음에는 어물어물하더니 대답했다.

"산에서 미끄러져 머리를 다쳤대요."

"뭐라고?"

그 후 병원에 실려 갔으나 이미 사망했다고 한다.

12월은 아직 춥다. 새벽에서 내려오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평소 그분은 항상 원기 왕성하고 활달했다. 교통사고나 심장마비가 아니면 그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실 분이 아니다. 협심증약을 먹었으니까 심장마비가 아닐까 했는데 머리를 심하게 부딪쳐 급사했다.

그 소식을 듣고, 느낀 점이 있다. 아무리 천릿길을 날아간다고 해도 나이대로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구순 어르신이 혼자 새벽 등산이나 설악산 등산은 위험천만하다.

"나이에 맞는 운동을 해야 하는데."

젊을 때와는 다르다.

어르신들이 자전거를 타다가 골절상을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흔히 듣는다.

참신한 말은 아니지만,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는 진리가 아닌가.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말이다. 물이 좋다 하여 하루에 많이 마셔보라. 비타민C가 좋다고 하루에 10,000mg씩 먹어보라. 어떤 일이 일어날까.

위가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운동도 나이에 맞추어 하면 좋겠다

우리 말과 행동, 생각도 나이에 맞게 해야 하지 않을까. 가끔 TV 화면 댓 살 되는 아이가 어른스럽게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라.

잠깐 웃고 넘어갈 일이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는 아이다울 때, 어르신은 어르신다울 때 아름답다.

평소 너무 건강한 어르신인지라 지금도 저세상 사람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2024.4.28.

God bles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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